[서평] 바우어의 정원 강보라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김동환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눈발 속에서 길을 잃은 발자국이 된 기분이야.”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은화와 정림이 나누던 I-메시지 대화법이다. 은화는 지난 3년 동안 세 번의 유산을 겪은 배우이며, 정림 또한 한 번의 유산을 했다. 한때 꽤 친했던 그들은, 그들의 삶을 연기하는 연극의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오디션을 보고 난 후 정림은 은화를 기다리고 은화와 정림은 은화의 차로 정림을 대학로까지 데려다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연극 관계자가 은화에게 오디션 합격과 세부 조율사항들을 알려주지만, 은화는 그것을 거절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마도 정림의 말속에서도 은화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왜 자꾸 뭔가를 헐값에 팔아넘긴 기분이 드는 건지..... 악!”


그리고 연출가의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도 있었다.


“비슷한 사연이 반복되면 관객들이 지루해할 수 있어서, 세 번째 유산의 설정을 살짝 바꿀까 해요. 임신 마지막 달에 사산한 걸로 시기만 좀 늦추기로요. 이거 내 의견 아니고 권대표 의견이에요. 나도 어이없긴 한데, 자기는 프로니까 이해하리라 믿어요.”


삶은 영화나 소설이 아니다. 소설이 잘 읽히는 것은 아마도 삶을 흐르는 물처럼 막힘없이 접합해 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삶은 그리고 그중에 일이라는 것은 항상 파편화된 일상일 뿐이었다.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뜻이었고, 그럴 때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엇인가를 항상 쳐내야 하는 것처럼.


소설이나, 연극이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그 무엇이라도 타인에 의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극적인 설정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재미’가 없으면 요즘 세상에는 거의 금방 사장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POD도서를 여러 출판사에 재투고 하면서 받은 답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POD도서로 출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POD도서는 나의 삶을 ‘재미’로 뒤범벅이 되게 하여 나의 삶을 파편화시키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내 삶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 잘 팔리도록 설명하는 것은 때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우리는 진정 공감하려고 하지만, 똑같다고 생각되는 현상과 결과물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같은 생각으로 중첩될 수 없는 자아를 가졌다. 아마도 은화는 그 중첩될 수 없는 자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문득 새로운 생각이 은화를 스쳤다. 준비한 이야기의 조각들이 공중에 흩어졌다가 뜻밖의 형태로 조합되며 입체적인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림자는 평면적이다. 다만 한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평면적이다. 대상물의 관점을 여러 군데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림자는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대상물의 관점에 따라 바뀌는 그림자의 입체이다. 이것은 바로 똑같은 사물을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빛을 어디로 비추는 가에 따라 그림자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같은 상처와 그늘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처와 고통과 치유의 과정은 각기 다르다. 그러나 그 치유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대방과의 공감으로부터 나온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반성해 볼 일이었다.


#강보라 #바우어의 정원 #I-메시지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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