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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Sep 23. 2022

국민건강보험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묵묵히 국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개원 연차가 쌓이니 직원들이 몇 명 바뀌었다.

자기가 그만 두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내가 나가라고 한 적도 있다.

어쨌든 새 직원이 들어오면 직원 교육을 하게 된다.


치과마다 규모나 원장님의 진료 방침, 진료 철학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내가 어떻게 진료를 하고, 치과를 꾸려나가며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려준다.

그래야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직원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어야 더욱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러 직원 교육의 내용 중에 '보험 청구'에 관한 것이 있다.

치과 진료에도 보험 진료가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예전에 치과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원장님들이 보험에 관심이 많이 없으셨다. 그때는 보험 적용 범위도 지금보다 적었고 치과 수도 적었기 때문에 보험 진료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비보험 진료비만 받아도 경영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보험 청구를 똑똑히 해야 한다.


그런데 보험 청구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치과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깐깐한지를 느낄 수 있다. 즉, 치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크라운이 되어 있던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크라운을 뜯고 보니 안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대부분 충치가 너무 심해서) 치료를 못하고 빼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크라운을 뜯는 행위와 발치를 하는 행위를 각각 수행하였지만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발치를 한 행위만 인정을 해준다.

크라운을 뜯는 행위란 그냥 머리의 모자를 벗기듯 간단한 행위가 아니고 드릴을 이용하여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며 금속으로 된 크라운을 갈라내 뜯어내는 행위이다.

그럼 당일날 크라운을 뜯고 어차피 크라운 제거와 발치 둘 다 인정 못 받으니 내일 환자를 다시 오라고 해서 발치를 하면 둘 다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치과의사는 없다.

마취한 김에, 환자분이 시간을 내어 내원한 김에 당일에 해결한다.

결국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의 흐름상 당일에 발치해야 하는 경우라면 심평원에서의 인정 여부를 따지거나 생색내지 않고 치료를 진행한다.

이게 당연한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 부분은 치과의사의 행동을 칭찬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그런 내용을 전혀 모른다.


비슷한 내용들이 보험 진료에는 많이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어 신경 치료할 때 나이 타이 파일이라고 신경을 제거하는 기구가 있다. 한 치아에 거의 10개 정도를 쓰는데도 심평원에서는 1개밖에 인정해주지 않는다. 

또 어떤 재료는 환자를 위해 사용해도 아예 재료대를 주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당연히 써야 하는대도 말이다.

물론 치과의사들은 치료를 위해 그 재료를 본인 돈으로 구입하여 사용한다. 

믿을 수 없는가? 사실이고 현실입니다.


건강보험 공부를 할수록 치과의사로서 불합리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치과의사들은 묵묵히 환자를 배려하며 치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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