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지난번에 난생처음 PT 1회를 해보고 약속된 10회를 모두 채웠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1주일에 2번씩 PT를 해서 10회는 금방 끝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주 잘 참았고(?) 환불하지 않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 PT 강사님은 10회를 모두 채울 때까지 끝끝내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들을 계속했다.
예를 들면,
"하체 xx근, oo근, 인지할게요."
우선 근육 이름들도 생소했고 '인지'라는 말도 헬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지만 알고 나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근육 이름들은 인터넷 찾아보며 따로 공부했고,
'인지'라는 말을 여러 번의 질문 끝에 유추해 본 결과로는 해당 근육을 오늘 사용할 것이라고 근육에게 알려주는 소위 근육 활성화(?) 정도의 개념이었다.
"상체는 보상이 많기 때문에 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보상... 이 말 역시 지만 알고 나는 모르는 말이었는데,
유추 결과 내가 원하는 근육이 아닌 다른 근육이 쓰이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런데 왜 상체 운동이 소용이 없다는 말인지...
나중에 알고 보니, 상체는 해주기 싫었던 듯하다.
"제 설명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죠?"
"네 조금 더 쉽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쩔 수 없어요."
"??"
"오늘 어렵지 않으세요?"
이 말 자체는 매우 쉽다.
나는 저 말을 오늘 운동이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뜻이라 여겼고 늘 '아니요'라고 답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PT 강사님은
"오~ 이해 잘하시네요. 다른 분들은 이해를 잘 못하시던데.. " 그러더라.
아뿔싸. 지금까지 나에게 늘 물었던 저 질문은 '내 설명이 이해가 되냐'는 말이었구나를 한참 뒤에 알았다.
처음에는 나도 거금을 들였기 때문에 PT 강사님의 말들을 이해하려고 질문을 계속했다.
그러나 질문을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도저히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PT 3 회차쯤 PT 강사님한테 진지하면서 교양 있게 말씀을 드렸다.
내가 강사님 설명하는 것 이해를 못 하고 있으니, 쉽게 설명하거나 그냥 운동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강사님은 나에게 필라테스 배울 때는 어떻게 설명을 들으셨냐 물었다.
나는 운동 중이니까 설명은 간략하게 들었으며
"누군가 천장에서 나를 당기는 것처럼 쭉 늘리세요."
"숨을 들이마실 때 갈비뼈를 사방으로 열고 내쉴 때는 사방으로 닫으세요."
"오늘은 xx 부위에 있는 xx근이라는 근육을 쓸 거예요."
이런 식으로 1차원적으로 쉽게 설명을 들었다며,
진심으로 PT 강사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PT 강사님은 기분이 상했는지,
"회원님은 필라테스를 매우 수준 낮게 배우신 거예요."
그러면서,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으면 환불해 드릴게요."
그랬다. 쩝.
내가 앞으로 최소 몇 개월 이상, 몇 년을 PT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서 보따리 싸서 맞는 PT 선생님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 인생에 더 이상 PT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상체 기구 쓰는 법만 좀 알고 싶어서 10회 채우기로 했다.
처음에 PT 등록할 때도 코어랑 상체 위주로 하고 싶다고 말을 했었는데 강사님은 4회 차까지 하체만 죽어라 시켰다.
결국 내가 왜 하체만 계속하냐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예상되는 정상 범주의 답변들이 다음과 같았다.
1. 하체를 먼저 해야 상체로 넘어갈 수 있다. 하체 운동의 중요성 언급.
2. 자기는 내가 상체 운동 원하는지 몰랐다.
3. 나름 본인이 생각하는 순서가 있으니 믿고 따라와라.
4. 상체 운동은 언제쯤 할 것이니 걱정 말아라. 등
그러나 역시는 역시!
이 강사님은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고 뭐라고 말했는지 요약도, 이해도 안 되어 여기에 적을 수도 없다.
그냥 모든 설명들을 이해하는 척하고 넘어갔다.
어쨌든 그다음부터는 상체 위주의 운동을 짜오더라.
그래서 나는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10회가 종료되었다.
그 이후에는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에서 혼자 근력 운동을 했다.
마지막날 수업 끝나고 PT 강사님한테서 카톡이 왔다.
"다음에 운동하실 때 또 연락 주세요~"
너 같으면 연락하겠냐?
그래도 PT 하면서 알게 된 것들.
이 내용들은 절대로 PT 강사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아니라,
PT 강사님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관장님과 내가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공부한 내용들이다.
1. 근육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2. 근력 운동 후에는 유산소 운동으로 마무리를 해줘야 한다.
3. 하체는 웬만하면 보상작용이 없고 상체는 보상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트레이너들은 하체 운동은 부담 없이 시키고 상체 운동 시키기를 부담스러워한다.
보상 작용이란?
자세가 잘못 되었거나 스트레칭 부족 등의 이유로 내가 원래 운동하려던 근육을 쓰지 못하고 다른 근육을 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복근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던지.
등근육 운동 하려고 했는데 어깨가 아프다던지.
4. 하체가 받쳐줘야 복근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또한 복근에 힘을 줄 수 있어야 상체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5. 상체 운동 하기 전에는 어깨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어깨 스트레칭 방법은 모두 트레이너가 아닌 관장님에게 배웠다.)
6. 나 같이 골반이 앞으로 틀어진 '전방경사' 인간들은 상부 복근은 잘 만들어지고 하부 복근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상부 복근은 윗몸일으키기를 통해 키우고
하부 복근은 누워서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키우는데,
이때 허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만 다리를 내려야 허리가 아니라 복근으로 힘이 간다.
=> 내용이 틀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그 PT 강사님께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