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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그녀 이야기 2

by 라디오

그녀는 도대체 지난 6년의 시간을 뭐라고 생각한 걸까?


그냥 집 가깝고 월급 조금 더 주고 환자수 적으니까 설렁설렁 편안하게 다니던 치과.

여전히 집 가깝고 환자수는 적지만, 이제 월급을 조금밖에 안 올려주네?

단물 다 빼먹은 것 같으니까 딴 데 알아봐야지~

그런데 내가 연차가 꽤 높은데 다른 치과에서 나를 받아줄까?

일단, 딴 데 알아보고 되면 좋고 안되면 여기 한 발 걸쳐 놓고 계속 다른데 알아봐야지~ 룰루랄라~

뭐,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6년 동안 나에 대한 예의가 없었지만, 마지막까지도 그녀는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나도 그녀가 좋아서 6년을 함께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원장 대 직원으로서라도 이것밖에 안되는가 싶어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다행히, 6년을 기다린 나에게는 대안이란 것이 있었다.


그녀 옆에서 수년간 그녀의 일처리를 보고 배운 또 다른 직원.

그녀보다 일처리는 조금 미숙하지만 상냥하고 다정한 성격.

무엇보다 그녀와는 비교도 안되게 키 크고 예쁜 얼굴.


나는 그녀에게 계속 일할건지 나갈 것인지 확실히 결정해서 알려주도록 2주간의 시간을 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2주 뒤에 갑자기 나간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

나는 2주 동안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정 떨어졌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관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나: 나는 계속 같이 일하고 싶지만 갑자기 나가야 될 수도 있다고 하니까,

내가 선생님이 갑자기 나가더라도 치과에 피해가 덜 오게 하려면

선생님이 예전처럼 진료실 업무만 봐주면 될 것 같아요.

데스크는 OO 선생님이 보도록 인수인계 해주세요.

예전에 내가 선생님 데스크 업무 봐달라고 할 때 월급 인상해 줬었으니까

이번에는 그만큼 월급 삭감하면 맞을 것 같아요.

그녀: 네 알겠습니다. 2주 동안 생각해서 알려드릴게요.


나는 그녀가 나갈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안전했고, 또 감정적으로도 썩 나가버렸으면 했다.

그러려면 인수인계가 바로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녀를 진료실로 다시 빼는 방법이 가장 그림이 좋았다.

이제 나는

그녀가 남겠다고 하면, 일 잘하는 그녀의 월급을 삭감하며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 좋았고

나가겠다고 하면, 데스크 업무는 이미 인수인계가 이루어진 상황일 테니 또한 좋았다.

2주는 인수인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그녀는 여느 때처럼 착실히 인수인계를 했다. 이틀 동안은.

그런데 이틀 뒤 무언가를 깨달은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원장님이 나를 안 좋아하는구나.'


몰랐니?

네가 그렇게 날 싫어하는데 나의 호의와 배려가 네가 좋아서인 줄 알았니?

다 비즈니스였어. 이제 우리 비즈니스 끝난 거고.


2주 뒤에 그녀는 치과를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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