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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그녀 이야기 3 (완)

by 라디오

그녀는 아직 갈 곳을 못 정했는지 그 후 한 달을 더 다니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동안 새 직원을 뽑았고, 그녀는 실세였다가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아차차, 그녀는 한 싸가지 하는 인간이었지!

새로 온 직원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따로 불러서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자주 하더니,

새로 온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겠다며 나가버렸다.


어떤 식으로든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순전히 나의 '오버'였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나를 방해하고 있다.

왜? 이제 와서 뭔가 아쉬워?


나는 그녀가 다른 직원들에게도 따로 불러서 얘기하는 시간이 잦아졌음을 깨닫고 단속에 나섰다.

"그녀가 여러분들에게 다정하게 말 걸었던 적이 있나요?

안 그러던 사람이 저러는 것은 뭔가 저의가 있는 것입니다.

그 저의가 대체 뭘까요? 본인만 그만두는 것이 억울한 마음이겠죠.

괜히 휩쓸려서 잘 다니던 직장 갑자기 포기하지 마세요."


다행히 추가 인력 손실은 없었고,

나는 노파심에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새로운 직원을 구했다.

추후에 다른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본인의 월급을 더 올려주며 잡을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헐.


집 가깝고 월급도 더 주고 환자수도 적었던 평화로운 치과

내가 대장이었던 치과

데스크 업무를 봤지만 화장 안 하고 와도 뭐라 안 하던 치과

데스크 업무 봤지만 매출 신경 안 써도 됐었던 치과

원장님도 싫은 소리 안 하던 치과

내가 없으면 안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나는 그녀에게 배신감과 허무함 등의 감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6년을 함께 했으니 좋게 마무리하자는 결론을 지었다.

아니, 사실은 또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 갈등 상황을 만들지 말자였다.

나는 그녀가 정말 싫었지만,

마지막 날 그녀에게 10만 원 상품권을 주며 잘 지내라고 말했다.


억지미소.jpg


그녀도 나에게 번창하시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좋은 말'을 하고 떠났다.


6년간 고마울 때도 많았지만, 마지막에 그러고 나가니 참 마음 아팠다.

나중에라도 그녀가 본인의 잘못을 후회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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