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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되는 길

by 라디오

본격적으로 공부란 것을 해본 것이... 중 1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는 학생이니까 마땅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성적도 맞춰서 나와주니까 재미있어서 더 했다.

친구들과의 시간보다는 공부하는 시간이 더 의미 있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중 2부터는 밤 12시를 넘어 새벽시간까지 공부를 했다.

가속도가 붙어서 더 나아갔던 것 같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뒤돌아보면 무척이나 외로웠던 기억이 많지만 그만큼 나 자신, 기특했다.

고등학교 때도 꾸준히 공부했고 수능까지 잘 마무리해서 SKY 대학에 들어갔다.


나에게 공부란, 지겨웠지만 할만한 일이었나 보다.

아니, 사실 나 공부 좋아했다.

진실을 말해주자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내면에 공부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씩 있다.

수능을 마치고 고 3 담임선생님께서 지방국립대 의대나 치대를 추천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길을 갔고 그 길에서 대학원까지 마쳤지만 인생을 방황하다가

결국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듯 치대 입학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이십 대 후반의 늦은 나이였기에,

아침 먹고 5시간, 점심 먹고 5시간, 저녁 먹고 5시간 공부를 했다. 미친 듯이 기계처럼.

그래서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치대에 입학을 했고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이제 그만 공부하고 치과의사 면허증 받고 싶었는데 또 치대 공부를 해야 했다.

아오 힘드러.


김혜스.jpg


치대 입학하니까 모든 것이 상대평가로 쟁쟁한 동기들에 치여 또 아등바등 살았다.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경쟁을 시키는데... 정말이지 인간 말종될 것 같았다.

그래도 살아남아 졸업을 해야 했기에 아득바득 꾸역꾸역 해냈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내가 또 이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미리부터 너무 두려워 몸서리쳤다.

또 치대 진료 실습인 일명 '케이스'라는 것을 해내야 했는데,

이건 정말 아직도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못할 짓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4년이 흐르고 누구나 합격한다는 국가고시?

웃기지 말라 그래.

어마어마한 양을 죽은 듯이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는 국가고시.

졸업하는 해에 합격을 못한다면 나중에는 절대 합격할 수 없다는 그 국가고시.

그래서 무서워서 죽어라 공부해서 합격한 국가고시를 치르고

드디어 치과의사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너 공부 잘하니?

전교 1등 말고 전국 등수 좀 나오니?

그럼 이게 끝이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어.

너 지금까지 경쟁에서 항상 이겼지?

그렇게 치과의사가 되면 너처럼 경쟁에서 져 본 적 없는 애들하고 또 은퇴할 때까지 계속 경쟁해야 돼.

요즘 치과가 너무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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