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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생 일상 1

by 라디오

레지던트 샘: 일

번호 1번 학생: 네!

레지던트 샘: 이

번호 2번 학생: 네!

레지던트 샘: 삼

번호 3번 학생: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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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 입학하고 첫 시간. 교실로 들어가니 아직 수업 시작 시간이 안되었는데 벌써 출석을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빠른 진행을 위해 이름이 아닌 번호로.

어휴~ 조금만 늦었다면 출석 체크를 못 할 뻔했다.

흰 가운들이 교단 앞에 여럿 서 있고, 출석을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가 매우 차갑다.

낯설고 무섭기까지 한 분위기.

덕분에 우리 본과 1학년 신입들은 모두 얼음이 되었다.


"나중에 교수님 오시면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세요. 잘하세요.
장난 아니고 진짜 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힘들어져요."


뭐야. 저 이상한 말은 부탁이야 명령이야?

왜 수업 시간에 함성과 박수를 쳐? 여기 '우정의 무대'야?

암튼 매우 이상했지만, 우리 모두는 금방 이 분위기가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힘들어지기 싫어서 교수님의 등장과 함께 우렁찬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교수님은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서 등장하셨다.

우리를 매우 귀엽다는 듯이 보았고 수업보다는 자기 자랑 위주의 토크를 하시다가

마지막에 짧은 시간 동안 아주 빠르게 진도를 빼고 나가셨다.


뭐지?


치대 들어와서 겨우 1시간 지났는데 숨이 막혔다.

물론 모든 교수님들이 자기 자랑으로 대부분의 수업 시간을 채우지는 않는다.

그런데 모든 교수님들께 박수와 함성은 보내드려야 했다.


치대 본과 1학년때는 생명공학과 학생의 삶을 산다.

내가 치대를 입학한 건지 생명공학과를 입학한 건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월~금, 9시부터 5시까지 미생물학, 조직학, 해부학, 면역학 등 생명공학 관련 수업들을 잔뜩 듣는다. 지겹다.

순식간에 나간 진도들은 나중에 시험기간에 모아보면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 눈물 난다.

물론 치과 재료학이라든지 치과 임상에 관한 기초적인 학문들도 살짝씩 배운다.

5시 이후에는 실습을 하는데,

실습 시간은 일정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무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업과 실습이 끝나면 동아리 활동하러 가거나 과외 아르바이트 하러 간다.

치대에서 1개 이상의 동아리 가입은 필수이다.

아 집에 도대체 언제 가...


* 저의 오래전 기억이라 일부 내용이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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