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 본과 1학년이 생명공학과 학생의 삶을 산다면,
치대 본과 2학년은 치기공사의 삶을 산다.
실습 시간이 1학년 때보다 대폭 늘어나고
실제로 치과 기공소에서 만드는 여러 가지의 보철물들을 학교에서 직접 만들어본다.
아주 작은 인레이부터 꽤 큰 RPD까지...
치과 대학에는 마치 고등학교처럼 1학년 교실, 2학년 교실, 3학년 교실, 그리고 4학년 교실이 있다.
교실에는 학생들의 지정석이 따로 없고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매 수업 시작 전에 흰 가운들(인턴, 레지던트들)이 출석을 꼼꼼히 부르고
이것도 모자라 수업 시간 중에 종이 출석부를 돌려서 직접 사인을 하게 한다.
혹여 대리 출석이 일어날까 봐 한자로도 이름을 쓰게 한다! (지독하다. 낭만이 없어!)
그리고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를 감시(?) 하기도 한다.
이렇게 출석이 매우 중요하고 기본 출석 일수도 빡빡했다.
출석이 모자란다면 F 학점이 나왔고 해당 학생은 그 과목만 다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학기만 다시 듣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년을 다음 해의 1학기부터 다시 다녀야 했다!
기공 실습실에는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진료 실습실 따로 있음)
각자의 자리에는 불이 나오는 장치와 바람이 나오는 장치가 달려 있다.
불이 나오는 장치를 이용해서 왁스업을 했는데,
한 학번에 1명 정도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앞머리를 그슬렸다.
우리는 흰 가운을 입고 큰 실습함을 들고 양팔에는 토시를 끼고
마스크 끼고 고글 끼고
지치고 분주한 발걸음으로 실습실과 교실을 오갔다.
기공실에서는 여러 과목들의 보철물 기공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지금도 인레이는 작아서 잃어버릴까 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우리 중 누군가는 인레이 완성품을 꼭~ 잃어버렸다.
인레이 모든 기공 과정을 단계별로 점수를 부여받고 그 과목의 실습 점수로서 채점이 되기 때문에
인레이를 잃어버린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만약 인레이를 잃어버렸다면, 마지막 실습 점수만 0점이고 그동안 단계별로 받았던 점수가 인정될까?
No. 완성품이 없다면 그동안의 실습 점수 모두 0점이 되고 해당 과목은 F가 된다.
그래서 인레이든 뭐든 보철 완성품을 잃어버린 학생은 혼자 기공실에 남아 처음부터 다시 보철물 만들어야 했다.
한 학기를 매달려 완성한 보철물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화가 나고 눈물이 날까.
그것도 일주일 만에. 기공실 담당 경비 아저씨께 싹싹 빌어가며...
RPD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인레이는 작으니까 잃어버릴 수도 있어. 그런데 RPD는 큰데도 잃어버리는 게 정말 신기해.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내가 이렇게 말해도 매년 잃어버리는 놈이 꼭 있다는 거야."
다행히 나는 4년 내내 보철물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애지중지 나의 '애'와 '증'을 담아서 완성한 내 보철물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당시 사용했던 실습함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