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생 일상 3

by 라디오

치대 본과 1학년은 생명공학과 학생

치대 본과 2학년은 치기공사의 삶을 산다면,

치대 본과 3학년은 치위생사의 삶을 산다.


3학년부터 '케이스'를 시작한다.


다운로드.jpg 케이스를 시작하지.


내 평생 처음으로 두 번 다시 못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바로 케이스이다.


케이스란?

대학의 치과병원에 투입되어 실제로 진료하는 현장에서 어시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들을 '원내생'이라고 불렀다. (병원 내의 학생)

말로만 들으면 치대생에게 너무 도움이 되고 꼭 해야 되는 것이고 (이건 맞다) 별거 있겠나 싶다. (이건 아니야)


그런데 학교는 케이스를 통해 우리를 무한경쟁 시킨다.

1. 케이스 미니멈이 있고 그 이상은 무조건 해내야 F를 면한다.

2. 그 미니멈이라는 것이 사실은 꽤 많은 양이다.

3. 치과 병원의 환자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가 미니멈을 채우기 어렵다.

4. 매달 케이스 성적이 교실 벽에 붙고 하위 20%에게 페널티가 주어진다.

5. 페널티를 받은 학생들은 다음 달 해내야 하는 케이스 수가 증가된다.


이렇기에 우리 모두는 하위 20%에 들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매달 하위 20%는 무조건 생겨났다.

학교는 너무나 잘하는 학생들을 극한의 경쟁을 시켜서 코너에 몰아갔다.

경쟁 상대들이 다들 너무 잘하니까,,,

거기서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수업을 듣고 9시부터 케이스를 시작했다.

진료 어시스트라는 것이 결국 치위생사들이 하는 일이다.

옆에서 석션하고 리트랙션 하고 라이트 맞추고.

각자의 스케줄표가 빡빡하게 차 있었고 여기 케이스하고 얼른 뛰어가서 또 저기 어시스트하고 그랬다.

너무 바빴다. 지각하거나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또 점수 깎이니까.


이 케이스를 하면서 선배들과 교수님들께 무지하게 털렸다.

그들은 요새말로 '알잘딱깔센'을 원했다.

우리는 점수를 받기 위해 꼼짝도 못 하고 설설 기었다.


어떤 레지던트는 뭔가 잘못한 학생에게 '벌픽스'를 부여하기도 했다.

벌픽스란, 벌+픽스(고정시키다)의 합성 은어로

하루 종일 자기 옆에서 어시스트를 하면서 벌서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점수는 따로 없었고 다른 케이스를 못하게 되므로 해당 학생은 그날 하루를 날리게 된다.


나는 늘 생각했다.

'내가 왜 비싼 등록금 내고 여기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


학교에서 미니멈을 정해줬기 이 미니멈이 최대한 분배되도록 내부에서 맥시멈을 정했다.

몇 명에게 케이스가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 밖에도 우리는 다 함께 '살기 위해' 규칙을 몇 개 만들었는데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는 케이스 금지. - 아니 어떤 애는 밥도 안 먹고 뛰어다녀~ 밥은 먹고 하자...

케이스 대기 시에 조금이라도 이탈 시 순서 넘어감. - 여러 포인트에 이름만 적어놓고 문어발식으로 하지 말자~

등등.

그러나 아무래도 경쟁을 하다 보니, 어떨 때는 서로의 바닥도 보게 된다.

슬펐다.

그럼 왜 이렇게 케이스를 죽어라 하냐? 왜냐하면 케이스 점수가 다 성적이었다.

성적이 좋아야 원하는 과 레지던트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전문의 되니까.

어쨌든 혼자라면 1년간의 케이스를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 같다.

모두 이 고생을 다 함께 하고 있었기에 의지하며 어찌어찌 버텨냈다.


아오. 그나저나 우리 치과의사 언제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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