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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Mar 04. 2022

인턴 일기 2

치대 인턴 파마했어.

인턴은 치과병원 내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언제든 불러서 무슨 일이든 시킬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인턴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많았다.

업무량도 많았고, 인턴에게 요구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힘든 것은 같이 일하는 동기 인턴과의 불화였다. 누구나 그것을 가장 힘든 것으로 꼽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몇 명 모이면 어느 그룹에서나 또라이는 있는 것인지, 대애~단한 그녀의 만행 때문에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표현하면 안 되었다. 어떤 사유든지 불만을 표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인턴의 덕목이었다. 그저 보살이 되어 견뎠다.


그렇게 크고 작은 난관과 어려움을 견디며 12개월을 버텼다. 노예였다.

그 삶은 노예와 같지만 인턴은 누구나 1년만 하기에 인턴의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다.

노예 생활 1년을 무엇으로 버티나? 그것은 레지던트가 되어 전문의가 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턴 중 1/3은 레지던트가 되지 못한다. 나도 결국 레지던트가 되지 못했다. S 치과병원은 나의 척수에 거대한 빨대를 꽂고 나의 체력과 인내력을 소진하다가 마지막에 불합격 통지를 주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도전한 것이니까.


12월이 되면 레지던트 합격 발표가 난다. 나처럼 레지던트가 되지 못하고 떨어진 인턴을 '떨턴'이라고 불렀다. 이때가 되면 치과 병원 사람들이 떨턴들의 눈치를 조금 본다. 이제 바라는 것도 없고 따라서 열정이 사라진 떨턴들은 무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떨턴이 되어 일하게 되는 1월, 2월 달에는 막 나가는 경우도 생긴다.(저도 조금 막 나갔...죄송) 그리고 3월이 되면 합격한 인턴은 레지던트가 되고 떨턴들은 필드로 나가고 새로운 인턴들은 전문의의 꿈을 안고 치과 병원에 입사한다. 그렇게 다시 돌고 돈다.


여담으로 얘기하자면,

치대 인턴의 생활이 고되지만 의대 인턴보다는 나은 것 같다. 치대 인턴의 대부분은 '퇴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요일 근무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대 인턴은?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의대 인턴이 치대 인턴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치대 인턴 파마했어."


의대 인턴에게 '파마'란 엄청난 시간의 사치인가 보다.

어쨌든, 치대든 의대든 모든 인턴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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