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손난로
한 드라마에서 절절한 눈빛으로 남자배우가 말했다.
“누나 가슴속에 삼천 원쯤은 있는 거잖아요.”
응? 누나는 왜 삼천 원을 가슴에 넣고 다녀야 하나.
왜냐하면 언제 어디서 붕어빵가게를 만날 지 모르니까.?!
느닷없이 왠 삼천 원 타령인가 하면
사실 그 배우가 발음이 좋지 않아
그렇게 들리던 것이었고, 원래 대사는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다.
여전히 그 배우는 발 연기에 불분명한 발음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만
미남자라그런가 종종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곤 한다.
아무래도 상처보단 삼천 원이 낫지.
겨울에 붕어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
물가 탓인가 가겟세도 안 나갈 텐데 앞다투어 가격이 오르더니 이젠 붕어빵이 3개 2천 원이다.
(우리 동네의 시세) 3개면 둘이 사서 하나씩 먹고
하나 갖고 싸워야 하는데
이젠 사이좋게 나눠 먹으려면
이제 누나 가슴 속에 4천 원쯤은 들고 다녀야 한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있나,
추운 겨울 버스를 기다리며
내 손을 데워줄 줄 것은 붕어빵뿐이다.
붕어빵은 팥붕과 슈붕파로 나뉘는데
나는 무조건 팥이다.
슈크림파에겐 유감스럽지만
단 것도 싫고, 뜨끈하게 축축한 식감도 싫다.
팥붕, 슈붕이 해결되었다면 꼬리나 머리냐가 남는다.
나는 꼬리다. 바삭한 식감이 좋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팥소가 입에 들어오기 전에 애피타이저처럼
바삭한 부분을 먼저 먹는 것을 좋아한다.
꼬리부터 차근차근 먹어가다 보면
적당히 달달한 팥과 말랑한 빵이 조화를 이룬다.
붕어빵을 먹는 것 자체도 좋지만,
붕어빵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차가운 겨울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붕어빵.
아이와 붕어빵 하나씩 들고 나란히 걷는 것도 좋고,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따뜻한 붕어빵을
먹여주고 싶어서 외투 안에 붕어빵을 넣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도 좋다.
따뜻하게 먹이겠다고 안고 달려와서
눅눅해진 붕어빵 안에 든 마음은
팥앙금보다도 더 달콤하지.
아, 이야기하다 보니 또 붕어빵을 먹고 싶네.
내 가슴 속에는 삼천원이 있었던가, 없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