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그릇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던 군인 셋은
한 마을의 광장에 모여 수프를 끓이기로 한다.
뜨거운 물에 돌멩이를 넣고 끓이며
“아, 감자가 있으면 더 맛있을 텐데,”
“당근이 있다면 더 맛있을 텐데,”
라며 큰 소리로 말하고,
그 목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닫힌 문을 열고 다양한 채소들을
들고나와서 돌멩이 수프에 넣었고,
마지막에는 맛있는 수프가 완성되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
날이 추워지면 집에서 가끔 수프를 끓이는데
수프를 끓일 때마다
나는 돌멩이 수프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분명히 시작은 감자수프를 끓이려고 했는데 이걸 넣으면 더 맛있을 거 같은데 하면서
다양한 재료들을 추가해서 감자수프라고 부르기가
민망한 정체불명의 수프가 완성되고는 한다.
물론 맛이 나쁘진 않다.
최근에 주로 만드는 수프는 대파 수프다.
고구마나 감자수프에 대파를 추가하는 건데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1. 버터에 양파와 대파를 볶아 향을 낸다.
2. 1에 채를 친 감자(또는 고구마)를 넣어 볶는다.
3. 감자를 익힌 뒤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간다.
4. 버터와 밀가루를 섞어 루를 만들고, 우유와 3과 함께 넣고 끓인다.
5. 치킨스톡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추고 취향에 따라 치즈를 넣기도 한다.
대파 수프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모닝 훌라 클럽 멤버들과 함께 먹는 것이다.
모닝 훌라클럽은 주말 아침 비정기적으로
한강공원에 모여 하와이안 훌라를 추는 모임이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보통 연습실을 빌리지만
날씨가 좋을 때는 이른 주말 아침 한강공원 모여서
함께 훌라를 춘다.
의무는 아니지만 포틀럭 파티처럼
각자 나누어 먹을 것을 챙겨오는데
계절마다 제철 과일이나 떡이나 빵, 쿠키,
따뜻한 커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초겨울 코끝이 찡한 초겨울 공원에서 먹는 수프는
유명 호텔 조식 뷔페에서 나오는 수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찬바람에 적당히 식은 수프를 먹으며
나는 생각한다. 국밥처럼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도 있지만 또 수프처럼
적당하게 따뜻한 음식이 좋을 때가 있지.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뜨뜻미지근한 사이 같지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사이,
필요할 때 조심스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
(훌라클럽 멤버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뜨뜻미지근한 사람들이지만
돌멩이 스프를 끓인다면 채소 들고
후다닥 달려오겠지.
그리고 아마 우리가 끓인 돌멩이 수프가
훨씬 맛있을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