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도 꽃이냐며
”호박 꽃도 꽃이냐며 날 보며 놀리지만~
난 정말 참을 수 없어~“
그다음 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호박 꽃을 볼 때마다 나는 그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니, 호박 꽃이 얼마나 예쁜데.
샛노란 색에 큼직한 그 꽃이 얼마나 예쁜데!
(그 샛노란 꽃으로 전도 하고 찜도 한다고 하던데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다.)
프로 편식러인 내가 싫어하는 야채 중
하나는 호박인데 물컹한 식감이 싫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호박잎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할머니와 살아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할머니와 살아서 철마다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다.
예전엔 이웃 중 하나는 호박을 키워서
호박잎을 구하기가 쉬웠지만
서울로 이사 온 뒤로는 시장에서도 파는 것도
보기가 어렵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든 어느 집에서든 호박잎을 주었다.
까끌까끌한 호박잎을 툭툭 끊어 흐르는 물에 씻고,
줄기를 손톱으로 긁어내어 껍질을 한번 벗겨낸다.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호박잎을 넣어 휘휘 저어 데친다.
데친 호박잎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두고
강된장을 준비해야지.
된장과 고추장, 다진 마늘, 양파, 애호박,
표고버섯, 청양고추, 대파,두부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주면 끝.
할머니는 보통 두부나 우렁이를 넣는 강된장을
만들었지만 나는 참치를 넣거나 간고기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강된장을 할 여력이 없다면 쌈장을 넣고
주먹밥을 만들어도 좋지.
참기름과 소금 간을 한 밥을 아기 주먹만큼
덜어 펼쳐서 양념 쌈장을 넣고
동글동글 빚어 호박잎으로 곱게 싸주면 끝.
호박잎과 더불어 깻잎이나 양배추 쌈도
함께 만들어주면 여름 쌈밥 삼총사가 완성된다.
할머니가 시킨 집안일을 잘 못할 때면
등짝 스매싱과 함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시집가서 누구 욕을 먹이려고!”
라는 말이었는데 예쁜 그릇에 쌈밥을 차려내며 속으로 생각한다.
‘할매요, 내 시집와서 할매 욕 안 먹인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