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짝꿍,쪽파강회
결혼하고 첫해 복날.
시댁에 와서 삼계탕을 먹으라는
시어머니의 호출을 받았다.
나에게는 복날 괴담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가까운 친구가 허니문 베이비를
임신한 상태에서 복날에 시어머니 댁에
낑낑대며 수박을 두 통을 사 갔다.
입덧이 심해서 수액으로 겨우 버티던 내 친구가
그 큰 수박을 낑낑대며 들고 갔는데
복날인데 며느리한테 삼계탕도 못 얻어먹는다며
핀잔을 주었다는 이야기.
소위 결혼 초에 며느리 기잡기를 하느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30대 중반에 결혼한 내 친구에게 자연임신은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런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화가 났다.
학벌이면 학벌, 직장이면 직장, 인성이면 인성,
어디 하나 모자랄 것이 없는 엄친딸 친구였기에
나 같은 며느리에겐 더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 위에 가지런히 말려있던 데친 쪽파와 초장.
뜨거운 김이 어머님 얼굴에
뿌옇게 올라왔다 사라지며
압력솥에서 줄줄이 나오는 삼계탕들.
앉으라고 몇 번을 권했지만 수저를 놓고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큰 쟁반에 닭을 담아 어머님이 앉으시고,
그제야 나도 엉덩이를 붙였다.
어머님은 닭백숙을 만들 때 닭과한약재를 넣고
찹쌀로 따로 밥을 지어 육수에
밥을 말아먹도록 하는데
육수가 텁텁해지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백숙도 맛있었지만 별미는 함께
준비해 주신 쪽파 강회.
데친 쪽파를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로
계단 접기 한 뒤
가운데 부분을 돌돌돌 말아둔 것인데
초장에 꼭 찍어 먹으니
고기를 먹어 텁텁한 입안이 깔끔해졌다.
결혼 10년 차, 어머님이 닭을 다 꺼내기 전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던 새댁은 시댁에 가면
일단은 눕고 보는 뻔뻔스러운 며느리가 되었고,
어머님은 더 이상 쪽파를 예쁘게
말아서 놓지 않으신다.
쪽파를 육수에 휘휘 저어 그릇에 놔주시는데
“어~김영숙 씨, 나 쪽파 왜 이제 예쁘게 안 말아줘?
이제 나 헌 며느리다 이거야?“
하며 어머님을 놀리는 말을 한다. 그러면 어머님은
“야, 이제 귀찮아서 못 말겠다.“
하며 발라놓은 고기를 내 입속으로 집어넣어주신다.
다음 복날엔 내가 쪽파를 데쳐가야지.
돌돌 돌 예쁘게 말아서 어느 집 며느리가
이렇게 예쁘게 쪽파 말아오냐며 생색을 내야지.
그러면 어머님은
“아이고, 며늘님 감사합니다.”
하며 너스레를 떨어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