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름 일기 14화

닭백숙

환상의 짝꿍,쪽파강회

by taesu

결혼하고 첫해 복날.


시댁에 와서 삼계탕을 먹으라는

시어머니의 호출을 받았다.


나에게는 복날 괴담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가까운 친구가 허니문 베이비를

임신한 상태에서 복날에 시어머니 댁에

낑낑대며 수박을 두 통을 사 갔다.


입덧이 심해서 수액으로 겨우 버티던 내 친구가

그 큰 수박을 낑낑대며 들고 갔는데

복날인데 며느리한테 삼계탕도 못 얻어먹는다며

핀잔을 주었다는 이야기.


소위 결혼 초에 며느리 기잡기를 하느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30대 중반에 결혼한 내 친구에게 자연임신은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런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화가 났다.


학벌이면 학벌, 직장이면 직장, 인성이면 인성,

어디 하나 모자랄 것이 없는 엄친딸 친구였기에

나 같은 며느리에겐 더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 위에 가지런히 말려있던 데친 쪽파와 초장.


뜨거운 김이 어머님 얼굴에

뿌옇게 올라왔다 사라지며

압력솥에서 줄줄이 나오는 삼계탕들.


앉으라고 몇 번을 권했지만 수저를 놓고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큰 쟁반에 닭을 담아 어머님이 앉으시고,

그제야 나도 엉덩이를 붙였다.


어머님은 닭백숙을 만들 때 닭과한약재를 넣고

찹쌀로 따로 밥을 지어 육수에

밥을 말아먹도록 하는데

육수가 텁텁해지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백숙도 맛있었지만 별미는 함께

준비해 주신 쪽파 강회.


데친 쪽파를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로

계단 접기 한 뒤

가운데 부분을 돌돌돌 말아둔 것인데

초장에 꼭 찍어 먹으니

고기를 먹어 텁텁한 입안이 깔끔해졌다.


결혼 10년 차, 어머님이 닭을 다 꺼내기 전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던 새댁은 시댁에 가면

일단은 눕고 보는 뻔뻔스러운 며느리가 되었고,

어머님은 더 이상 쪽파를 예쁘게

말아서 놓지 않으신다.


쪽파를 육수에 휘휘 저어 그릇에 놔주시는데


“어~김영숙 씨, 나 쪽파 왜 이제 예쁘게 안 말아줘?

이제 나 헌 며느리다 이거야?“


하며 어머님을 놀리는 말을 한다. 그러면 어머님은


“야, 이제 귀찮아서 못 말겠다.“


하며 발라놓은 고기를 내 입속으로 집어넣어주신다.


다음 복날엔 내가 쪽파를 데쳐가야지.

돌돌 돌 예쁘게 말아서 어느 집 며느리가

이렇게 예쁘게 쪽파 말아오냐며 생색을 내야지.


그러면 어머님은


“아이고, 며늘님 감사합니다.”


하며 너스레를 떨어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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