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이맘때 시댁 베란다에는 세탁소 옷걸이에
세로로 십자로 갈라진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아니, 서울 한복판에서 말린 가지를 볼 줄이야.
(나는 가지를 말려서 조리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가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결혼 전엔 돈 주고 가지를 사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어머님의 가지 요리를 참 좋아한다.
신혼 초에 남편은 가끔 어머님이 해주신
가지 요리가 먹고 싶다며
전화를 해서 레시피를 묻곤 했다.
이 사실을 우리 할머니가 들으면
“아이고, 이놈의 가시나, 누구 욕을 먹이려고!!"
하시며 무덤에서 일어날 일이었다.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보수의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진짜 저 인간이 일부러
날 엿 먹이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남편도 당연히 그럴 의도는 1도 없었고,
우리 영숙 씨도 그럴 사람이 아니기에
"너 마누라는 뭐하고 네가 전화했니!”
같은 아침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결혼하고 몇 번 어머님의 레시피를 따라
가지 요리를 해본 적이 있다.
남편이 맛있다고는 했지만
어머님이 만든 가지볶음과는 같지 않았다.
말린 가지볶음은 포기하고 대신
다른 버전으로 가지볶음을 만들어주곤 했는데
잘 먹어줘서 꽤 뿌듯했다.
나의 가지볶음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1. 양파와 가지를 주사위보다 조금 크게 잘라주고,
고춧가루, 간 마늘, 간장, 굴 소스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2. 기름에 파를 넣어 서서히 달군 뒤 파향이
올라올 때쯤 양파와 가지를 넣고 볶는다.
3. 가지가 반 정도 익으면 양념장을 넣고
센 불에 휘리릭 볶아준다.
4.불을 끄고, 그릇에 덜어 깨를 뿌려주면 끝.
여전히 나는 가지를 싫어하고,
남편은 여전히 눈치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나는 남편을 위해서 가지를 산다.
”미우나 고우나 신랑밖에 없단다~“
라고 말하는 어머님 말씀을 되뇌며.
(미우나 고우나 신랑밖에 없다시길래
그럼 어머님도 아버님이랑 둘이 꼭 백년해로 하세용~ 했다가 등짝 맞은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