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름 일기 17화

냉차

냉차를 아십니까?

by taesu

쉰 옥수수에 이어 기왕에 추억에 빠지는 김에

어릴 때 좋아하던 냉차를 소개해 볼까-


냉차는 보리차에 사카린을 넣은 것으로,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그때는 알지 못했으나

이 글을 쓰려고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여름이면 비정기적으로 학교 앞에

출몰하시는 아줌마의 냉차 카트에서 맛볼 수 있었다.


친구들은 같이 파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지만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한 아이스크림보단

한 잔 마시면 머리끝까지

시원한 그 맛이 좋아서 나는 냉차를 좋아했다.


동전 두 개를 내면

국자로 냉차통을 휘휘 저어

더 시원하게 만든 냉차를

투명한 잔에 가득 채워주셨다.


어린 나는 노오란 그 색깔이 꼭 맥주 같아서

어른들을 흉내 내며 한 번에

벌컥벌컥 다 마셔보기도 했다.


너무 차가워 머리가 띵! 하게 아팠지만

미련하게도 그다음번에 냉차를 사 먹을 때도

또 그 다음다음번에도 원샷을 하다가

머리가 띵해지고는 했다.


시절 인연이라 했던가,

안타깝게도 나의 냉차 사랑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시절 여름 인기 순위 1위,

빠빠오(주황색 사각 플라스틱에 담긴 주스였는데

주로 얼려서 이로 삭삭 갉아먹음.)에게 밀려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아직도 고향동네 오래된 동물원 앞이나

큰 재래시장에 가면 커피와 함께

냉차를 팔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한 번도 마셔본 적 없지만

올여름에 냉차 카트를 만난다면 용기 내어

냉차 한 잔 주세요! 하고 말해봐야지.


그리고 머리가 띵! 해지도록

한 번에 벌컥벌컥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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