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한끼.
밥을 하기 싫다고 징징거려도 식구들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이면서 나 혼자 있을 땐
정말 더 밥을 하기 싫어져 대충 떼우게 된다.
나같은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이렇게 소중한 나를 너무 홀대하나 싶을 때
나는 나를 위해 솥밥을 한다.
이 돌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몇 해전 시누이가 결혼을 앞두고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그릇세트를 사러 갔더랬다.
막상 어머님 맘에 드는 그릇세트를 찾지 못해
돌아 나오는데 한 가게에서 1-2인용 돌솥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돌솥이 맘에 들어 만지작 거리니 어머님께서
하나 사줄 테니 사라고 하셨다.
평소엔 그러지않지만 어쩐지 그날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맘에 냉큼 사달라고해서
받아온 돌솥이다.
한동안 돌솥을 쓸 때마다 어머님한테 전화해서
오늘은 군고구마를 삶아먹었는데 맛있더라,
야채를 넣고 솥밥을 했더니
맛이 기가 막히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각설하고, 명란솥밥의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1. 돌솥을 데우고 버터를 한조각 넣는다.
2. 불린 쌀을 넣고 살짝 볶아준 뒤 물을 넣는다.
(평소보다 적게)
3. 뚜껑을 덮고 밥을 짓는다.(센불 15분,약불5분,
뜸들이기10분)
4. 명란은 버터를 넣고 앞 뒤로 구워준다.
5. 쪽파를 잘게 다져준다.
(쪽파 대신 미나리나 부추 등을 넣어도 맛있다.)
6.밥이 다 되면 잘게 다진 쪽파와 명란을 올리고,
7. 뚜껑을 덮어 5분 더 뜸을 들이면 완성.
뚜껑을 열면 고소한 버터냄새가 올라오고
부추이불 덮은 반질반질한 밥알과
그 위에 노릇하게 구워진 통통한 명란.
그 비주얼만으로도 어쩐지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그동안 나를 홀대받던 지난 세월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다.(홀대한 사람=나)
그릇에 덜어 참기름 쪼르르 부어서
슥슥 비벼먹으면
그 맛이야뭐, 말해모해.
명란 올린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더운 여름 밥하느라 수고했다.'
또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내일도 잘해보자.’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 응원하고.
때론 정해진 근무시간도 월급도 없어
지칠 때도 있는 전업주부의 삶이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한 끼 든든하게 먹고 힘을 내는 거지,뭐.
* 에휴,그나저나 정해진 근무 시간에 월급벌어오느라 고생하는 바깥양반한테도 명란솥밥 한번 해서 먹여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