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름 일기 20화

수제비

최진실과 수제비

by taesu

벌써 일주일째 비가 온다.

덥다고 짜증 냈더니 하늘이 노하셨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습해서 에어컨을 끌 수 없는 건 마찬가진데.

덥다며 차가운 음식을 먹었더니 배만 아프고,

이럴 땐 따뜻한 수제비를 먹어야지.


예전에 본 잡지 속 인터뷰 속에서 배우 최진실은

어릴 때 가난해서 하루 걸러 수제비를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수제비는 나에게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그 요리 과정은

어느 유명 셰프의 요리 못지않다.


일단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야지.


밀가루 또는 부침가루를 종이컵으로 두세 컵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한다.

처음부터 손을 넣어 치대기 시작하면

손가락에 엉겨 붙은 밀가루 덩어리를

떼기가 귀찮아지니 주걱으로 열 십자를 그어주며

밀가루가 뭉쳐지는 모양을 본다.


이리저리 주걱으로 치대다 반죽이

한 덩이가 되었다 싶을 때

그때 손으로 반죽을 마무리한다.

이리저리 접고 누르고를 반복하다


랩을 씌워 냉장고에 숙성 시킨다.

쫄깃한 맛을 위해 숙성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쫄깃한 맛은 있을지 몰라도 얇게

수제비를 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죽이 준비되었으면 육수를 준비한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으면 반죽을 꺼내

도마에 밀가루를 뿌리고 그 위에 올린다.

병이나 밀대로 밀어 얇게 만들고, 4분의 1을 떼낸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수제비를 툭툭 떼어 넣는다.

수제비는 속도가 생명이다.

일정한 속도로 툭툭툭-

그래야 반죽이 익는 속도가 비슷해진다.


가라앉으려던 반죽이 동동 떠오르며

파르르 끓으면 불을 끈다.


수제비를 먹으며 나는 최진실 씨를 떠올린다.


1966년 네 살배기 유숙은 스웨덴으로

국외 입양을 가 ‘수잔 프랑크‘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영화로 만든 것이

1999년 장길수 감독의수잔 프랑크 아리랑이고,


그 주인공 수잔 브링크 역은 최진실 씨가 맡았다.

9,10살 때쯤이었나, TV에서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나는 그녀가 너무 불쌍해서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내가 너무 서럽게 우니 할머니께서

“아이고, 야야, 그만 울어라, 너는 입양 안 보내꾸마.“ 하실 정도였다.


그 영화 때문인지 수제비 때문인지 이후로도 나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이후 그녀는 영화‘편지‘라던가 드라마‘장밋빛 인생’등 으로 몇 번을 나를 더 울리며 연기파 배우로 승승장구했다.세상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나는 그녀의 결혼을 응원했고,이혼 후에도 씩씩하게 버티는 그녀를 응원했다.

하지만 나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에 나는 또 한 번 많이 울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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