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맛있는
재래시장이 좋은 이유는 계절을
잔뜩 느낄 수 있어서다.
덥고 습해서 싫을 때도 있지만 시장에 가면
제철에 나는 과일과 야채의 냄새가 나서
나는 여름의 시장을 좋아한다.
햇볕에 뜨끈하게 데워진 꽈리 고추의 향도
그 중에 하나.
한 소쿠리에 3천 원, 두 소쿠리에 5천 원.
양이 많아 보이지만 막상 찌면 숨이 죽으면
또 얼마 안 된다며 두 소쿠리나 산다.
기분이 내키면 메밀국수와 함께 먹을 때
꽈리고추 튀김을 해먹기도 하고,
멸치를 볶을 때 함께 넣기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바로 꽈리고추찜.
모든 반찬이 그렇듯이 집집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서 그 맛도 조금씩 다르다.
안타깝게도 나는 내가 만든 반찬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다.
마늘쫑과 더불어 코리안 오차즈케와
어울리는 반찬으로 1,2위를 다투는 것은
바로 꽈리고추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리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큰 맘을 먹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오래 두고
먹을 순 없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할 수도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그래도 입맛 없을 땐 꼭 한번 만들게 되는 반찬.)
꽈리고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궈내고
꼭지를 딴다.
체에 밭쳐 물기를 털고 이제부터
꽈리고추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도마에 꽈리고추를 하나씩 올려놓고 포크로
쿡쿡 찍어 구멍을 내는데
이 과정이 요리에서 가장 번거로운 과정이 된다.
(구멍을 내지 않고 삶는 레시피도 있지만 구멍을 내는 것이 양념도 잘 벤다.)
구멍을 낸 꽈리고추들을 대접에 담고
밀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쫀득한 맛이 좋다면 찹쌀가루를 넣어도 좋지만
찌는 과정에서 들러붙는 것이 번거로워
나는 보통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쓰는 편.)
이제 채반에 면포를 깔고 밀가루를 턴
꽈리고추들을 올려주면 거의 다 되었다.
꽈리고추 향이 뜨거운 김을 따라 올라오면
뚜껑을 열어 한번 뒤집어 준다.
다 익은 고추들을 쟁반에 펼쳐 열기를 식혀둔다.
고추들이 식을 동안 이제 양념장을 만들어야지.
양념장은 간장, 고춧가루, 매실액, 설탕 조금, 대파와 마늘 다진 것, 그리고 깨와 참기름.
(한국 사람들이 먹는 반찬의 대부분은 위의 양념들로 이루어진 것인데 양에 따라 다른 반찬이 된다는 점이 재밌다. )
한 김 식힌 꽈리고추들을 대접에 넣고
양념을 넣어 버무려 통에 담아 깨를 뿌리면 완성!
번거로운 요리 과정만큼 많이 나온
설거지 꺼리들을 보며
어우, 그냥 다음엔 반찬가게에서
조금만 사 먹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또 더워서 입맛 없다던 남편의
젓가락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어휴, 그래도 이렇게 잘 먹는데 …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나는 이제 아줌마가 되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