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김밥.
자주 듣는 팟캐스트, 여둘톡(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서는샌드위치를 싸가면 피크닉, 김밥을 싸면 소풍이라 했다.
나 역시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봄소풍이나 가을 운동회엔
늘 김밥이 있었다.
나는 햄과 맛살이 들어간 김밥이 좋은데
할머니는 늘 김치만 들어간 김밥을 싸주셨다.
없는 살림에 언감생심 알록달록한 김밥이 웬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성격에 도시락을
내놓기가 부끄러워 소풍김밥은 늘 혼자 먹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내 돈으로 알록달록한
김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퇴근길 허겁지겁 뜯어 먹기 바쁜 편의점 김밥은 여전히 김밥은 차갑고
딱딱하기만 했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어머님은 종종 김밥을 싸주신다.
무슨 날도 아니고, 그냥 김밥을 싸는 날.
신문지를 펼쳐놓고 그 위에 도마를 놓고,
지지고 볶은 재료들을 수북이 쌓아놓고.
대나무 김발 위에 조미가 된 전장 김을 깔고
밥은 적게 재료는 듬뿍.
둘둘 말아 큼직하게 툭툭 썰기가 무섭게
둘러앉은 우리(남편과 나, 딸아이, 그리고 시누)는
김밥을 집어 먹는다.
결혼하고 처음 김밥을 싼 날에 내가 어색하게 그릇에
김밥이 쌓이는 것만 보고 있으니, 어머님은 저것들(남편과 시누)과 다 먹기 전에 얼른 먹으라며
내 입에 김밥을 넣어주셨다.
어머님의 김밥은 늘 따뜻했다.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김밥을 잔뜩 싸서 조리원으로 오셨다.
신생아들이라 감염 위험 때문에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을 넘게 걸려
김밥을 들고 오셨다.
김밥을 받는 내 손에 보호대를 차고 있으니
어디 아파서 차고 있나, 아기 너무 안아주지 말라,
뼈가 늘어나 아프다고 걱정하시다 갔다.
물론 손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김밥 재료를 손질하고 싸는 수고 하며
두 시간이 걸려 조리원으로 오는 그 마음이
어디 자기 핏줄 보고픈 마음뿐이랴.
지금도 나는 집 김밥을 먹고 싶으면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김밥먹고 싶어요.”
힘들다, 귀찮다 하지만 시댁에 가면
또 수북하게 김밥이 쌓여있다.
그 마음에 화답하듯 맛있게 먹어야지.
양볼이 가득 차게 또 꼭꼭 씹어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