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그것이 알고싶다.

by taesu

미리 말해두자면 이번 이야기는 전어에 대한 일종의 음모론이다.

(당연히 매우 개인적인 나만의 의견일 뿐)


전어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진정한 너드남,

정약전 선생이 집필하신 <자산어보>에도 그 이름이 나와 있다. 나라면 유배를 가면 심술이 나서라도 막 살 것 같은데 흑산도까지 유배를 가서도 책을 쓴다니 정말 찐 너드남이 아닐 수 없다.


가을=전어를 떠올린다지만 나는 세꼬시회(뼈째 썰어주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을 전어는 주로 세꼬시로 회가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구이로 많이 먹는데

도망간 며느리도 돌아오는 맛이라고 한다.


자산어보에 따르면 전어는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도에도 간혹 나타나나 그 맛이 육지 가까운데 그것만은 못하다. > 고 한다.


기름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달콤하다는 무슨 뜻일까,달게 느껴질 만큼 맛이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정말 꿀맛처럼 단맛을 뜻하는 것일까?


전어를 몇 번 먹어보았지만, 사실 나는 전어가 그렇게까지 맛있는 생선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전어가 왜 맛있는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해서


내 주변인들에게 리서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습니다.(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씨 버전.)


가을 제철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전어라 대답하는데 전어를 좋아하시나요? 라고 물었더니 10명 중 7명은 전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고, 3명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나와 같은 이유로 뼈가 있어서 회로 먹을 때 입안을 긁거나 뼈가 목에 걸릴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는 답변이 있었고, 또 다른 이유로는 구운 전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기름진 것은 맞지만 집 나갔다 냄새 맡고 돌아올 만큼 기가 막히진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아무리 먹을 것이 귀한 시대였다고 하지만

고등어나 전어나 생선인 것은 매한가지고, 고등어 역시 가을이 제철이라 살이 통통하니 오르고 배에 기름이 끼는 것은 같단 말이지.


옛말 틀린 것 없다지만 아무래도 며느리 돌아오게 하는 맛이라는 건 집안일에 지쳐 가출한 며느리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전어도 구워놨으니 부디 돌아오라고 염원하며 만든 만들어낸 말은 아닐까?


가을=전어라는 공식은 서동요처럼 몇백 년에 걸쳐

우리를 전어라이팅한 것은 아닐까?

정말로 전어는 기름지고 달콤한 생선이 맞는 것일까,

우리에겐 그저 그런 생선 중 하나지만 유배 생활에 지친 정 선생에게는 기름지고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주변에 한 번 물어봐 주시라.

정말로 그렇게 전어가 맛있는 생선인가에 대하여.

만약 전어가 정말로 그렇게 맛있는 생선이 아니라

나 역시도 가을엔 전어라고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고 느끼신다면 당근을 흔들어 주시길 바란다.


-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또한 웃자고 하는 농이니 정약전 선생님의 후손 및 미식가분들은 부디 노여워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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