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맛탕

by taesu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세기의 대결.

탕수육 찍먹 vs 부먹, 짬뽕 vs 짜장,

딱복vs물복, 그리고 호박고구마 vs밤고구마.

나는 부먹,짬뽕,밤고구마파다.


그리고 복숭아는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자는 파다.


나는 자타공인 구황작물 킬러로서

여름에는 감자, 옥수수에 이어

가을이 되면 고구마를 먹는다.


호박 냄새가 은은히 도는 주황빛의 호박고구마나

실수로 꽉 누르면 힘없이 무너지는 물고구마 말고,

한 입 깨물면 목구멍이 턱턱 막히는 밤고구마를 좋아하는데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변태 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퍽퍽한 고구마 위에

김치 하나 올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걸!


이맘때면 친구가 고구마를 보내준다.

경북 안동에 있는 친구네 시댁에서

작게 고구마 농사를 지으시는데

거짓말 쪼~끔 보태서 말하면 껍질이 쉽게까지는

큰 밤인가 싶을 정도로 그 맛이 좋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인데

통째로 삶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작은 것들은 삶아 먹고,

큰 것은 깍둑썰어 아이 간식용 맛탕을 만든다.


나를 닮아 찍먹파인 딸을 위해 바삭한 식감을 주려고

탕후루용 시럽을 만들어 버무려준다.

(딸아이는 고구마 탕후루라고 부른다.)


깨끗이 씻은 고구마의 껍질은 벗기고,

깍둑썰어 기름에 튀겨준다.

종이 포일을 깔고 기름이 빠지도록 받쳐두고,

물과 설탕은 1:1 비율로 넣고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려준다.

휘휘 젓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절대 저어선 안된다.


끈적한 설탕 방울들이 바글바글 모여들면

튀긴 고구마를 넣고 버무려준다.


식으면 모두 달라붙어 한 덩이가 되어

먹기가 힘드니 뜨거울 때 종이 포일 위에 부어

고구마를 하나씩 떼어 식힌다.


고소한 밤 맛이 나는 고구마를 달콤한 설탕으로

코팅시키니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너 하나 나 하나 집어 먹다 보면

어느새 팔뚝만 한 고구마 하나쯤은 뚝딱 먹어 치우지.


가을이면 SNS에 강아지들이 고구마를 많이 먹어

배가 뽈록해지는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우리 집 강아지도 맛탕 덕분에

배가 뽈록해지게 생겼네.


언제나 그렇듯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지.


맛있게 먹고 내일은 우리 꼭 같이 운동하기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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