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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Nov 06. 2024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의 나열

재능이 필요해요. 아주아주 많이. 내 목숨을 사서 삶의 널빤지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많이 필요해요. 오늘 또 누가 죽었대. 어두운 지하 단칸방에서, 춥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옥탑방에서,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원룸에서, 목숨을 사지 못해 죽고 말았대. 다리를 펴서 쓰는 조그만 상판 위에는 노트북이 있고, 폴더 안에는 자소서들이 가득했대. 하지만 사실은 그런 이야기 말고, 정확하고 냉정한 수치로 재단하고 증명하는 것 말고, 표면을 상품화해서 파는 것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는 재능이 필요해요.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만.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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