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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Aug 21. 2023

나의 이름은 비


나의 이름은 비. 알파벳 비, 내리는 비. 비는 왜 비일까. 언제부터 이름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름은 태초부터 있었다. 비가 내리면 모든 사람에게 미안한 존재가 된다. 나는 비를 싫어해. 비도 너를 싫어해.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는 세상. 그런 세계가 도래했습니다. 헤드폰 볼륨을 올리고 빗소리를 듣는다. 비의 노래가 귓가에 떨어지면. 잠이 찾아온다. 한 편의 시가 되어. 나비의 젖은 날개가 파르르 떨리면. 싱그러운 초록이 살아난다.

장마철이 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 이야기를 하고, 카톡은 쉴 새 없이 울린다. 비 온다. 비 온다. 비가 오네. 비는 덥고 습하지. 날씨가 꿉꿉하네. 기분이 우울해. 비를 이야기하지만 비를 모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릴 뿐. 계속 내릴 뿐. 소문에 휘둘리는 것은 비의 속성이 아니다. RAIN FOREST_ PRODUCT : Soy Wax Candle_ CAPACITY:22oz/ 620g_ OIL: Fine Fragrance. 그런 날도 있다. 그러니까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정해진 볼펜으로 정해진 노트에 끄적끄적 적는다. 영화의 대사들, 책의 문장들. 문장을 읽고 외우고 소화시키다 보면 나는 바다에 가고 싶어. 바다에 내려 바다의 일부가 되고 싶어.

벽에 붙여놓은 엽서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유리병에 든 반지들이 달그락거리네. 여름은 오늘도 나를 피해 간다. 여름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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