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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Jan 05. 2021

욕망(2)

글을 일단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 블로그나 브런치는 어떤 사람들이 읽으러 들어올까? 특히나 단편이나 수필같이 내가 공을 들이는 부분이나 브런치. 내 블로그 한 카테고리는 완전 글쓰기 연습장이다. 날것 그대로의 연습장. 그냥 개인적인 내 글을 적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글쓰기 연습을 하는 연습장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쓴 글이 브런치의 초안이 되는 셈이다. 이대로 브런치로 가기도 하고, 조금 순한 맛으로 바꿔서 브런치로 가기도 하고, 아니면 이건 문학 상감인데?! 자뻑에 취해 혼자 비공개 탭으로 집어놓기도 하는, 내 블로그는 그런 용도로 주로 쓴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나에게 일주일에 네이버 블로그 광고수익 187원을 주는 클릭은 "풍년 압력밥솥 리뷰"나 "빅사이즈가 입어본 안다르나 뮬라 슬랙스 핏 레깅스 리뷰"라는 것을. 나 교육 블로거라고. 나 교사인데? 토론교육과정을 분석해놓았거나, 수많은 수업 나눔들보다!! 전체 방문자수가 하루 백 명을 웃도는데 주로 그 리뷰를 통해 유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면 5학년 밴드 또는 카페에 내가 올려놓은 글을 타고 들어오는 경로. 쓰고 보니 원래 블로거들이 다 그런가? 생각해보니 다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어떠한가? 유입경로를 보니 거의 "정신과"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상담도 많이 받았다. 그것을 출판을 기획했다가, 울렁증을 동반한 심적인 침잠을 겪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이 출간이 중지되고 이 원고를 브런치로만 공개했다. 그 사이에 교사가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류의 책은 속속 출간되었고, 나는 또 닭 쫓던 개의 심정으로 내 글을 일기장에 머무르게 한다. 조금 희망이 보인다면, 브런치는 조금 유동성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블로그대 블로그가 아니라 글 대 글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정신과로 유입을 했더라도 어 이 사람 교사잖아? 하고 다른 글을 읽어볼 수 있고, 같은 카테고리의 다른 작가를 만나볼 수도 있는. 요약하자면 광고의 냄새는 좀 덜 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마음은 하루 몇 천몇 만의 애독자를 만나 뵙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개똥 같은 일기글로 만족하는 하루하루라서. 아쉽다.

 

10년 전에는 음악으로 부수입을 내고 싶었다. 앙큼한 시절이었지. 노래를 하겠다는 것은 절대 네버 아니다. 핸드폰에 내 노래를 기타 치면서 불러 본 다음에 다시 녹음파일을 재생해보면 3초 만에 파악할 수 있다. 내 거친 음정과 불안한 기타와 그걸 지켜보는 핸드폰. 작곡을 하거나 작사를 하고 싶은 거다. 요즘 뭐더라? 하여간 멜로디를 일단 좀 만들어 놓고 세부적인 작업은 미디로 충분한데, 또다시 음악을 해야겠다 싶어서 2010년 산 맥북에 24만 9천 원짜리 로직 엑스를 깔고 나는 장렬하게 맥북을 전사시켰다. 로직 엑스를 받아들이기에는 맥북 2010프로는.. 너무 늙어버린 거다. 어쨌든 나는 맛이 완전히 가버린 맥북 2010을 아직도 차 트렁크에 넣고 애도하며 북이를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뭔가 의식을 치러야 하나 싶기도 할 정도로 집착.. 사실은 매일 까먹는다. 어떻게 보내줘야 할지를. 왜냐면 나는 오늘도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했으니까.


변명이 길었지만 여러 이유로 음악은 또다시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코로나며, 여러 가지 개인사로 인해서 다 정지된 거다. 어쨌든, 맥북을 다시 사기 전까지는 음악으로 부수입을 내기는 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남편)는 #바람의 아이들과 만나 #생일 축하해요 책을 출간했다. 또 동생이 다니는 회사 사내 게시판에 교육칼럼을 쓰기도 했다. 충남 에듀 잇슈에 재능기부;; 세상에 그 글을 쓴 시점이, 엄마 삼우제를 지내고 온 당일날이다. 기절초풍할 노릇의 글쓰기의 순간이 많았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글을 계속 수도꼭지에서 물 짜내듯이 쓰고 있다.


계속 뭔가를 쓰고 있기는 하구나. 문학은 아니고 주로 비문학. 그러나 계속 문학에 목마른 상태.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는 만세력. 어라? 다음 대운이 인성 대운이잖아! 내가 원국에 인성이 없는데, 엄청난 용신 대운을 만나는 셈이다. 그러면 뭔가 준비를 해두면 반드시 괜찮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기분 좋은 추측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혼자 생각해보는 거다. 글을 계속 일단은 써보는 게 어떨까? 그러다 보면 나의 본질적인 욕망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월급보다 인세를 더 많이 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 나무님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운이 좋게 흘러들 오고, 내가 계속 성실하다면, 사실은 그게 맞는 말이 될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오늘도 성실해지자. 미술 붓 잡고 신세계를 맛본 꼬마가 매일 한 점씩 그림을 그려내겠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냥 붓터치를 하고 장난을 하는 여섯 살의 그림인데 왜 내 눈에는 수분을 가득 머금은 기가 막히게 멋있는 추상화 같아 보일까? 역시 고슴도치 필터링은 위대하다.

 이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서라도 월급보다 인세가 많아지는 날이 와주면 좋지 않을까? 암튼, 1일 1 글, 엉망이 되는 날이 있더라고 쓰는 것은 중요한 거다. 성실해지자. 그 성실함을 발판 삼아 좋은 기운이 몰려올 것 같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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