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멋있는척 보내려고 했던 대학생활의 실상
바위처럼. 붕어즙. 메탈리카 fuel오케스트라 버전. 미스터 빅의 대디 브라더. 소리바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미나리깡. 에픽하이의 우산. 오거리 반점. 옥룡동 백제 맨션. 금강둔치 소주 한 병. 특별한 날에만 가던 신관동. 모란역에서 천안에서 공주에서 1번 버스 타고 뱅뱅 돌아 도착하면 있던 자취집. 싸이월드 비공개 방명록. 종강 컴퓨터실 돈 넣어야 나오는 프린터기. 로즈메리. 만복 식당. 아지바라. 바코스. 스윙 혹은 팬더 혹은 아이바네즈. 삼익 악기사에 가서 피크 천 원어치. 낙원상가. 닐 자자의 아임 올라잇. 과외. 제민천 용왕님. 양선생 미안하네. 한 교수님. 청강. 깡. 가끔 서현역. 엄마와 모란시장. 윤소라 헤어뱅크. 염색과 탈색. 다이어트 성공.
사실 20대의 키워드를 써보려고 했다. 그런데 25세 이후를 쓰지 못했다. 20대는 남편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그 이후의 인생이 너무나 달라져서 오늘은 대학까지만 써봤다. 분당이 내 고향이라고 생각했는데 4년 동안 너무나 강렬하게 살았구나 싶다. 90프로를 공주에서. 10프로를 분당에서 보낸 나의 대학시절.
90프로가 공주였던 까닭에 한 달에 하루정도만 분당 집에 갔었다. 방학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보다못한 엄마아빠가 아산 할머니 댁에 들르실 때 일부러 공주까지 들러 자취방에 김치와 쌀을 놓고 가시곤했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남겨두고 잘 있거라 하고 가시면 문이 닫히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났었는지. 그립고 허전해서 그날은 김치를 볶아놓고 비엔나를 산 다음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김치 있다 놀러 와라 했다. 놀러 오는 친구 있으면 밤새 이슬 마시고. 없으면 혼자 이슬 마시다 자고. 아직도 김치는 이동네에서 내가 제일 잘 볶을거라 자부한다.
멋있어 보이려고 키워드를 써보았는데 사실은 많은 것들이 나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가리거나 혹은 달래기 위해 내가 애타게 찾아 헤맨 것들이구나 싶다.
애를 써도 외로웠던 시간들이 있었다. 외로운 10대의 마지막 관문도 그러했다. 고3 마지막 모의고사를 깡그리 망쳤다. 울고있는 나더러 인 서울은 못하겠단 담임선생님의 막판 예상을 뒤엎고 수능 어찌어찌 봤다. 인서울은 못하고(예상대로) 예비 12번으로 교육대학교에 들어갔다. 나는 우리엄마아빠의 자랑이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꽤 열정적인 스무살을 보냈다. 물론 외로워서 별짓을 다하고 살았어서 열심히 비틀거렸다. 그랬던 시간들에 비하면 지금은 그렇게 외롭지도 않고. 제법 사람 구실 하며 잘 살고 있다.
뜬금없겠지만 남편 고마워.
아직도 어릴 때의 뇌구조가 잘 안 바뀌어서 이런 음식에는 고민도 없이 소주가 생각난다. 하지만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주제에 몸이라도 잘 챙겨야지. 소주는 주말에. ㅎ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