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마다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은 모두 다르다. 사실 부임하자 마자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10년은 이것저것 부딪혀봐야 나만의 것이 생기는 것 같다. 나도 아직 찾는중이다. 굳이 크게 나눠보자면 종류는 행정, 수업이다. 간혹 학급경영을 따로 빼시는데, 수업이 학급경영이고 생활지도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선 그렇다. 둘다 잘 하시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둘 다 못하시는 선생님은 절대 없다. 내 월급 실수령액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우선, 업무 잘하시는 선생님. 착착, 정리하셔서 빈틈없이 추진하신다. 대부분의 교감, 교장선생님이 좋아하시고 선생님들께서 우러러보신다. 나도 그런 선생님을 뵈면 왠지 그분에게 신세지며 학교다니는 학생의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대부분 업무를 즐기신다. 주말에도 학교나오시고, 늦게까지 일하시고, 그 어떤것도 주변에 강요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학교에 오는 공문이 헛되지 않는 까닭은 대부분 업무 잘하시는 선생님 덕분이다. 장학사가 되시기도 하고, 빨리 승진을 하시기도 한다.
다음, 수업은 모든 선생님들께서 장착하고 계시다. 저는 수업 못하는데요? 그럼 물어본다. 못하는 수업은 뭡니까? 라고. 지적받아야 마땅한 수업은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담임이 피망온라인 맞고를 치고 있거나, 주식을 하거나, 뭐 그런것인것 같고(사실 잘 모름) 굳이 또 하나 못하는 수업이라하면, 장학사님이 오셔서 참관하시는 공개수업. 그거는 까이기 위해 하는 수업이다. 담임선생님 옷 색깔과, 프로젝션 티비 켜고 끄는 시간까지 갈굼당한다. '수업잘한다'는 말은 교사의 시선이다. 그 수업을 다른 교사가 이렇게 저렇다 하는것이 잘함의 기준이 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교사에게는 무조건 필살기가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과 1년은 어찌저찌 난다. 선생님은 그 필살기로 수업을 한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식, 듣는 마음, 수업을 재미있게 끌어가는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몸으로 놀아주기, 자기주도학습 시키기, 토론 시키기 등 그 방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리고 이 수업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전제조건이 있다. 모든 수업은 아이들에게 모두 다르게 적용되고, 아이들은 대부분 담임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과 아이와 관계가 적절히 좋으면 이미 절반 이상은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교사는 늘 좌절모드냐. 간단하다. 매년 정책 바뀌지, 공문 바뀌지, 애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자신만의 색을 담은 교육과정 짜라고는 하는데 너무 튀는것 같으면 튄다고 뭐라고 하지, 너무 평범하면 뭣좀 하라고 하지. 내가 온전히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렇다. 거기서만 조금 자유로워지면 선생님은 날개를 단다. 유튜버중에 교사가 적지 않다. 거봐, 시간이 남아돌아서 유튜브를 한다니까? 이게 아니다. 정말 하고싶은게 있고 이걸 아이들이랑 공유하려는 마음이 모든 선생님의 기본 마음이기때문이다. 그 정말 하고 싶어서 유튜브에 잠잘시간 줄여서 올리는 그 컨텐츠가 선생님의 필살기다. 유튜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는 점심시간에 꼭 시간을 내서 아이들이랑 보드게임을 같이한다. 그시간에 나도 충전하고 애들도 나와 놀고, 베일에 가려져있던 다른 아이들도 만난다. 하루에 한마디 하는 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가 조용히 나에게 알까기 신청을 했는데 자신있게 덤볐다가 그 아이에게 대패했다.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우리반 숨은고수로 활약중이다. 이런식으로 내가 아이들과 어떤 소통을 할 때 행복하냐. 그냥 그게 모두의 아이템이고, 선생님의 필살기다.
나는 열린교육의 흑역사를 잊을만하면 들먹인다. 운동회의 대규모 마스게임도 촌스러움과 주입식교육의 대명사가 되지 않았나. 국가에서 나오는 각종 정책도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오는거다. 개인적인 것을 일반화하기가 쉽나? 어렵지. 그러니까 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하는게 가장 베스트인거다. 그리고 그 수업을 서로 공유하고 나에게 맞는 수업을 또 써먹는것의 연속이다. 그런면에서 인디스쿨이나 학년밴드모임이 길게 유지되는 이유가 다 있는거다. 교사가 아닌분들은 들어갈 수가 없지만 들어가보시면 그 방대한 연수, 수업자료와 진지한 교육적 고민까지, 깜짝 놀라실거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사들에게 좋은수업, 나쁜수업을 평가하려면 아마 그 교실에 들어가 한달은 같이 생활해봐야 할 거다.
정답인 수업은 없다. 왜? 모두가 좋은 수업이니까. 그러니까,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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