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난예식에 처음 참여하며

날라리 신자가 신자가 되어간다

by 베로니카


성금요일 수난예식 미사 참여하는 어린이에게는

10 달란트 드립니다.


라는 문자를 보고 내 마음이 동요했다. 사실 주일학교 교리교사 보조로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로 큰 도움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일학교 단톡에 올라오는 미사 알림이 나를 조금 변화시켰던 것 같다. 대축일만 간신히 알고 지내는 신세였는데 부활절 앞에 이런 예식이 있다는 걸 주님께서 알려주고 계신다.


아무튼! 나는 유치원과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를 10 달란트 받자고 꼬셔 저녁 먹고 바로 성당으로 향했다. 무시무시한 이중주차.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도 본당은 꽉 차 있었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본당 십자고상은 큰 장막으로 가려져있었고 엄숙한 분위기의 예식이 시작되었다.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지는 동안 성가대의 성가가 마음에 깊이 울렸다. 이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들을 하시고 기도하실까. 주일학교 선생님들 교리 준비 위해 자기 시간 떼어 애쓰시는 모습이 겹쳤다. 한 대의 미사는 많은 마음이 모여 준비되는 것이었구나. 주일에 가서 앉아있는 것으로도 괜찮지 않나?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뭐에 끌리듯 시작한 주일학교 보조교사일도 사실 몸이 힘들다 피곤하다 등의 이유로 겨우 끙하며 나서는데, 수난예식을 드리는 동안 성가대와 전례 봉사 어르신들을 보며 나도 조금씩 작은 일이라도 먼저 하겠다고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미사 도중 만난 주일학교 선생님들, 학생들도 반가웠고 미사 후에 달란트 들고 서계시는 선생님 뵈니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먼저 다가와 오늘 오셨네요 하시며 따뜻하게 인사해주시는 선생님. 딸아이 달란트 받았느냐 물어봐주시고, 토요일 근무 어렵지 않으냐 물어봐주시는 선생님들에 괜스레 죄송한 마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거의 이름만 올린, 딸아이 주일학교 보내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주일학교 교사일을 얼마나 따뜻한 마음들로 하고 계신가. 배워야겠다.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주님께서 주신 것은 아마도, 조건 없이 사랑하셨으니 나 역시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뜻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실 10달란트 받고싶어서 간 건 나였지만 아이는 10달란트를, 나는 그보다 더 많은것을 받았다. 감사하다.


냉담 중인 남편 가브리엘을 위한 생미사를 부활절 저녁 미사에 봉헌 신청했다. 힘든 일을 겪고 있음에도 은총을 받기를 청하는 가브리엘의 뜻에 따라 봉헌 신청을 하긴 했다만 본인이 미사에 가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부활하실 예수님께서 가브리엘을 본당으로 부르시는 날이 오길 바라며.

https://youtu.be/iAKqr_eM9 As

아무리 생각해도 찬양에 딱인 목소리. ㅋ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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