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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Jul 29. 2024

교사의 가짜노동:생활기록부는 제발

결과: 돌아버림

교사는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이것이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교사의 업무다. 학생교육과 관련된, 업무분장표에는 절대 없는 고유업무들은 다음과 같다.


1) 교육과정 편성 교육과정 재구성.. 일년 내내 신경쓰면서 변경, 재구성, 보완. 평가도 문장으로 기술해야한다.

2) 학생 지도를 위한 학급 기본정도 파악 및 학생명부 작성(우리반은 2N 후반대 꽉찬 학급)

3) 학생의 학교생활을 위한 각종 학급시스템 작동..50만 교사는 50만개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4) 출결사항 및 증빙자료 보관..원칙적으로 한다고 일주일 전에 아무리 안내 해도 당일날 우리집 여행가요 교외체험학습 처리 해주세요 하는 집이 많다. 이럴땐 매뉴얼에 따라 미인정처리 해야만 한다. 2학기부터 교외체험은 나이스로 바뀌는거 확실하겠지?

5) 진단평가 및 개인별 부진학생 교육 계획 수립 및 방과후 지도(이 지도수당에 대해 교사들이 부정한 돈 받는것처럼 글 올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돈을 받기도 하고 안받기도 한다. 예산 유무의 문제)

6) 각종 싸움 말리기, 학생 민원 해결, 점심 먹이기(고학년이어도 채소 안먹는 아이들 수두룩하다. 꼭 먹여달라는 집이 있어도 안먹인다. 아동학대로 고소 당할까봐.)

7) 그리고 대망의 생활기록부. 정말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특히 관리자의 입맛에 따라 갑자기 갈아치워야 하는 문장 기술 부분. 이건 정말 열받는 지점인데 담임교사가 학기초에 평가기준 세운걸로 애들 평가한 걸 가지고 정말 엄청 몇달동안 신경써서 쓴다. 평생 남는건 줄 알기 때문에 미워도 다시한번 고운 말로 써준다.


그러나 며칠전, 방학식날, 심심한 자들은 딱 몇명으로 한정되는데

교실정리 등으로 바쁜 교사들을 굳이 소집한다. 누가? 관리자가. 형광펜으로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문장에 밑줄을 죽죽 긋고 혹은 내용이 비슷하면 바꿔오라고 한다. 어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평가 기준이 세개라서, 그 세개중에 하나는 무조건 집어 넣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겹치는 내용이 있을수는 있지만 조사하나까지 다 바꾸려고 노력합니...."


"그래도 똑같은 문장은 바꾸세요."


남의 말 듣지 않고, 똑같은 문장이 아니라 같은 내용을 평가했을 때,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에 대한 내용을 다르게 기술하려고 했다고 아무리 다른 선생님들과 목놓아 이야기해도 관리자는 웃으면서 에이 그래도 문장은 바꿔야지 한다. 아니, 복붙한 문장이 없다고!!!!


"여름방학이 노는 시간이 아니잖아요? 여름방학중에 바꾸면 되겠네."


라는 망언을 날리고는 해맑게 방학을 잘 보내란다. 아니 누가 요즘에 저런 발언을 해요 하며 씩씩거리는 이구역의 미친 나를 교무선생님이 "그냥 한다고 말은 해놓고 어차피 2학기때 수정하니까 그런척 하자고요."하고 캄다운 시켜주셨다.


내가 좀 더 냉정하지 못한 상태로 학교를 다니니까 나는 쉽게 지치는거야. 하고 교실로 돌아오니, 자기들끼리 교실 바닥에서 노닥거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고마워요. 선생님 정승제 선생님 같아요(나 여잔데?) 수업 잘해요, 이런 말을 나에게 날려주고 생활통지표도 다들 좋아하며 받아갔구만.


그걸 다시 굳이 다 뒤집으라는 관리자는 나이스 평가항목이 2학기가 되어도 계속 수정보완하며 쓸 수 있다는 사실도, 담임교사들이 계속 누적 관찰기록을 하면서 문장을 계속 변경한다는 것도 모르고 저렇게 녹슨 청동칼을 들고 칼춤을 춘다. 그래 저들이 들고 있는 것은 녹슨 청동칼. 교사들 일 새로 시키면서 본인들은 뭘 했다고 느낄 그 모든것들이 가짜노동이다. 물론, 존경하는 좋은 관리자분들 되게 많은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자살충동을 을느끼는 이유는 병가를 쓰려고 하는 피치못할(죽기직전의, 정말 죽을것 같은, 혹은 부모님상 등) 사정이 있을 때 "어유, 그럼 보결은 어떡하나.." 하는 그 태도 때문이다.


그 외에도 그들이 생성하는 가짜노동이 무지 많은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어지간하면 생활기록부는 건들지 말자. 모르는거 다 티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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