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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Oct 09. 2023

조직문화 적합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아마존과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보는 조직문화 적합성

[참고] 이 글은 <글로벌 이코노믹>에 기고한 경영칼럼의 원본 글임을 밝힙니다. 분량 제한으로 기고글에 다 반영하지 못한 내용들이 포함된 확장 버전입니다. 



애덤 그랜트의 책 <오리지널스>에는 조직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참고로 이 내용은 레이 달리오의 회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사례로 들어 이야기 하던 중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성(diversity)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내용이다.


“조직문화에 어울리는 사람을 채용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의 의견에 동조해주는 사람들로만 조직이 구성된다.”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뽑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탈락시키는 채용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게 조직문화 적합성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의사결정권을 가진 대표나 임원이라면 회사의 조직문화에 어울리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조직문화 적합성을 고집하기 보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아마존에는 그 유명한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이 있다. 본래 14개의 원칙이 있었으나 2021년에 제프 베이조스가 2개를 더 추가하여 16개가 되었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원칙들이 단지 아마존 내부의 조직 문화나 일하는 방식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인력을 채용할 때에도 중요한 잣대로 사용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16가지 (Amazon's “16 Leadership Principles.") 

1. 고객에게 집착한다 (Customer Obsession) 
2. 주인의식을 갖는다 (Ownership) 
3. 발명하고 단순화한다 (Invent and Simplify) 
4. 리더는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Leaders are right a lot) 
5. 계속 배우고 호기심을 갖는다 (Learn and Be Curious) 
6.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한다(Hire and Develop the Best) 
7. 최고의 기준을 추구한다 (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8. 크게 생각한다 (Think Big) 
9.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 (Bias for Action) 
10. 절약한다 (Frugality) 
11.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 (Earn Trust) 
12. 깊게 고민한다 (Dive Deep) 
13. 소신을 갖고 반대하거나 받아들인다 (Disagree and Commit) 
14. 성과를 낸다 (Deliver Results) 
15. 지구 최고의 고용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Strive to be Earth's Best Employer)
16. 성공과 확장은 광범위한 책임을 가져온다 (Success and Scale Bring Broad Responsibility)


아마존의 채용 인터뷰는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이 되고 그 난이도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최종 인터뷰의 경우, 아예 하루 날을 정해서 5명 정도의 면접관과 시간 차이를 두고 연이어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부분은 이 최종 인터뷰에서 지원자가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과 부응하는 사람인지를 검증한다는 것이다. 5명 정도의 면접관이 리더십 원칙들을 몇 개씩 나누어 맡게 되는데, 각 리더십 원칙에 해당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면접관들이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를 해야만 지원자가 최종 면접을 통과할 수 있다. 즉, 아마존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리더십 원칙에 부합하는 생각과 행동 양식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원칙>의 저자 레이 달리오는 세계 3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하여 운영해 오고 있는데 이 회사는 나름 독특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디어 실력주의(Idea meritocracy)’와 ‘급진적인 정직함과 투명성(Radical truthfulness and transparency)’를 들 수 있다.


브릿지워터는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독창적이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 위해 회의시 직급과 무관하게 스스럼 없이 반대 토론을 진행한다. 의견 대립이 쉽사리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결론이 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토론을 이어간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해당 사안에 대해 끝까지 토론하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회의시 참석자들은 스마트 패드에 설치된 ‘Dot Collector’라는 앱을 사용하여 회의 참석자들끼리 상호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점수와 색상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심지어 회장인 레이 달리오가 한 회의를 마친 후 24세의 신입 직원으로부터 회의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단체 메일을 통해 D- 평가를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레이 달리오가 이 메일 내용을 테드(TED) 강연에서 직접 공개했던 바가 있다.

<Dot Collector를 통해 회의 참석자들간 상호평가한 결과 화면>
<신입 직원이 레이 달리오에게 D- 를 부여했던 평가 이메일 화면>


채용 단계에서 조직 문화 적합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 인력을 선별하려는 모습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도록 권장하고 극단적인 투명성을 강조하는 조직문화. 이 두 조직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조직문화 적합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는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앞에서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들 중 하나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동의하지 않는 의견에 대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원만한 관계를 위해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일단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원칙인가? 지조를 가지고 끈질기게 이의를 제기하라고 하면서도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는 군말 없이 헌신(Commit)하는 자세를 가지라니... 


어쩌면 서로 상반되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이 원칙이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결과를 만들어 내고 성과를 내기 위한 헌신을 이끌어 내는 조직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어느 누군가가 말했듯, 탁월함이란 서로 상충되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들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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