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과 함께 고민해보는 리더(십) 교육 설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9월말 플랜비디자인 사무실에는 기업 교육 담당자 10여명이 모였다. ‘내가 기획한 교육이 정말 도움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리더와 리더십 교육에 대해 다니엘(최익성 플랜비디자인 대표)의 발표를 듣고 편하게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소수정예를 지향하는 자리였는데 본인도 직원 찬스(?)를 활용하여 참여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내용 일부를 글로 정리해 보았다.
모임은 기업 교육 담당자들이 통상적으로 겪게 되는 리더(십) 교육에 대한 다니엘의 경험을 나누면서 시작되었다.
‘어떻게’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업에서 리더 교육을 많이 수행해 보지 않은 교육 담당자들은 리더십 교육이라는 과제가 떨어지면 통상적으로는 리더십 스킬에 대한 교육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학습 대상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스킬 중심 교육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리더로서 어떻게 직원과 업무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킬 중심으로 리더 교육을 진행하고 나면 여전히 뭔가 허전함과 갈증이 남게 된다. 학습자들 입장에서는 HOW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다 보니 차츰 ‘왜 내가 이걸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리더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충분히 내재화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이다.
왜 리더십이 필요한 지 모르는 것 같다.
교육이 끝나고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이런 내용의 피드백을 받게 되면 교육 담당자는 위와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리더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스킬보다는 성찰을 통해 WHY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학습자들의 마인드셋을 정립하기 위한 교육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찰 중심의 교육은 관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 마련이고, 리더급으로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은 학습자들은 업무와의 연결성이 부족해 보이는 내용들을 너무 깊게 다룬다는 반응을 보이며 교육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쉽다.
우리 사례가 아니라 공감이 안되는 것 같다.
성찰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습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교육 담당자들은 우리 회사의 사례가 아닌 원론적인 내용들이라서 공감이 안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좀 더 현장의 모습이 반영된 사례 중심의 교육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사례 중심의 교육을 시도하게 되면 학습자들은 오히려 결론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짜맞추기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통상 변화 자체를 싫어하기 보다는 ‘변화 당하는 것’이 싫어서 심리적으로 저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례 중심 교육을 하다 보면 이런 반응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이처럼 리더 교육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기획 및 실행하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 리더들이 교육을 통해 정말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리더십 교육이라는 나침반이 가르켜야 하는 지향점은 행동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리더십 교육의 지향점은 ‘행동의 변화’입니다.
행동의 원천은 ‘용기’입니다. 결과의 원천은 ‘실행’입니다.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 ‘용기와 실행’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리더십 교육 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일반적인 접근 방식은 ‘목표 중심 설계’로 교육공학 등 관련 전공 학과에서 가르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설계는 좀 더 전문적인 표현으로 교수설계라고 할 수 있는데, 교수설계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교수설계는 “처음에 계획한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과학적으로 입증된 교수-학습 이론과 원리를 적용하여 효과적인 수업이나 단원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체제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 교육공학용어사전 편찬위원회(2005)
교수설계에 대한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우선 학습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과목이나 단원 등을 개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교육 과정에 대한 목적(Goal)을 먼저 설정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위 모듈의 목표(Module Objective)와 단원 목표(Lesson Objective)를 순차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목표 중심 설계를 반영한 가장 대표적인 교수설계 모형으로는 ADDIE - 분석(Analysis), 설계(Design), 개발(Development), 실행(Implementation), 평가(Evaluation) - 가 있다.
[참고]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교수 설계 모형에 대해서는 본인이 작성한 블로그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https://brunch.co.kr/@rainypark/19)
가장 일반적인 목표 중심 설계 외에 다른 두 가지 방식들은 사실 대학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하나는 ‘질문 중심 설계’ 방식이다. 이 방식은 리더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 또는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랜비디자인에서는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 가지 용기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다시 세 가지 용기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아홉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이렇게 중요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보다 세분화 된 질문을 던져 가면서 학습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에 대해 학습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 세 번째 방식은 메시지 중심 설계이다. 질문 중심 설계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처럼 질문에 질문을 더해 가면서 학습하는 방식이라면, 메시지 중심 설계는 큰 틀에서의 리더 역할과 행동 원칙을 정해 놓고 학습자들에게 메시지를 직접 제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조직에서 리더들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행동 원칙이 명확한 경우 활용이 가능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랜비디자인에서는 아래와 같이 3가지 영역에 대한 리더의 원칙을 정립해 놓고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강의와 실습을 섞어서 진행한다.
지금까지 리더와 리더십 교육을 중심으로 기업 현장에서의 고민을 살펴보고, 교육 담당자가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 교육 설계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봤다. 플랜비디자인은 이처럼 기업 교육 현장의 고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담당자분들이 접근 가능한 여러 가지 유형의 솔루션을 제시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학습자인 조직 구성원들의 여건과 성향을 고려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이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조직의 경영진과 구성원의 목소리를 꾸준히 반영하되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정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덧 성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랜비디자인이 다년간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면서 발견한 리더십 교육이 잘 안되는 조직의 특징 10가지를 공유하니 반면교사로 삼아 활용하기를 바란다.
[부록] 리더십 교육이 잘 안되는 조직의 특징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물어보면 응답하지 못한다.
리더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규명이 되어 있지 않다.
간헐적으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한다(위에서 시키면).
담당자가 리더 경험이 없다.
담당자가 리더십에 대한 어떤 공부도 하지 않고 간접 경험에 의존한다.
담당자가 상사, 상사의 상사, 그 상사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리더들이 교육이 끝나고 나면 ‘다 아는 것, 뻔한 것’이라는 말을 한다.
리더들과 HR이 서로를 욕한다.
리더들이 자기의 리더십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부정한다.
돈이 별로 없다(리더십에 대한 예산 확보가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