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의 마지막 단계, LQA
게임 개발은 크게 기획, 개발, 출시라는 세 가지 큰 단계를 거쳐서 게이머들에게 공개되고 서비스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할 현지화는 일반적으로 출시 단계에서 진행된다. 개발 단계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현지화는 이미 만들어진 자국 서비스를 글로벌로 서비스하기 위한 업무이므로 개발보다는 출시 단계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
출시 단계에 포함된 작업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첫 번째는 광고, 마케팅 등의 다른 출시 업무와 같은 기간 함께 진행된다는 것, 두 번째는 그렇기에 개발 단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적고 부족한 시간을 사용하여 개발 단계에서 누적된 모든 텍스트를 번역하고, 검수하고, 테스트하는 등의 모든 현지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백 제외: 6974자
1. 현지화의 과정
2. Localization Quality Assurance
3. LQA의 예시와 효과
- 단순 오타
- 단순 오역
- 틀리진 않았지만, 틀린 번역
- 존댓말과 반말의 혼용
- 극한의 의역
- 단어의 통일성
- 더빙 텍스트의 오류 혹은 더빙과 텍스트의 불일치
4. 결론
- 참고 문헌
현지화는 크게 번역, 검수, 테스트로 나뉘는데, 번역 단계에서는 주어진 원시 텍스트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언어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중국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이고, 해당 게임을 한국에 서비스할 예정이라면 원시 텍스트는 중국어, 서비스 언어는 한국어다. 이때 번역 담당자의 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번역의 수준과 질은 당연하고, 번역 담당자가 1차로 번역한 번역문에서 다음 단계를 고려했느냐의 여부가 보이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번역 담당자가 경험이 부족하고, 전체 현지화의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할 때는 그저 해당 원시 텍스트를 서비스 언어로 번역하는 데만 집중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 번역은 그것 자체로 추가 작업이 필요하여 다음 단계인 검수와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번역문이 수정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만약 번역 담당자의 경험이 충분하다면 1차 번역 단계에서 이미 검수와 테스트를 고려한 번역문을 작성해 낼 수 있으므로 그것으로써 업무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냄과 동시에 다음 검수와 테스트에서 필수 수정이 아닌, 추가 수정을 진행할 수 있다.
꼭 수정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수정하는 것을 필수 수정, 그 외의 추가적인 효과를 노리고 진행하는 수정을 추가 수정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부분의 멋진 번역문과 상황에 잘 맞는 대사, 표현 등은 추가 수정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외부로 공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필수 수정만으로도 정해진 일정이 벅찬 상황이라면, 더 멋진 번역으로 게이머들에게 더 멋진 경험을 줄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1차 원시 텍스트의 번역이 충분한 수준을 보증할 수 있다면, 그 뒤에 진행될 검수와 테스트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추가 수정을 진행할 수 있고, 이는 전체적인 현지화의 품질을 올리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번역, 검수, 테스트의 세 단계 중에서 번역과 검수는 말 그대로 원시 텍스트를 서비스 언어로 번역하고, 해당 번역문을 한 번 더 검수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는 무엇일까? 번역문을 테스트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테스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전체 현지화 과정에서 말하는 테스트의 역할이 굉장히 다양하고, 또 중요하다.
현지화 품질 보증(Localization Quality Assurance) 단계라고 불리는 테스트 단계는 검수가 종료된 서비스 언어를 실질적으로 인게임 내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말한다. 즉, 모든 번역문을 게임 클라이언트에 업로드하고, 업로드한 번역문을 인게임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업로드한 번역문이 정확한 위치에 잘 있는지, 잘 적용이 되긴 했는지, UI와의 상호작용은 어떤지, UI를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NPC 대사라면 NPC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는지, 말투가 다르지는 않은지, 알림이라면 알림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지, 전체적으로 이질감이 드러나지는 않는지 등에 관해서 확인하는 단계이다.
LQA라고 불리는 이 단계는 위에서 언급했듯 전체 현지화 단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틀리지 않은 틀린 번역"을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LQA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오역 아닌 오역들이 난무할 수 있고, 뜻이 잘못되진 않았어도 전체 작품의 진행에 큰 방해를 주게 된다.
최근 오역 문제가 크게 일어난 프로젝트 중에는 호요버스의 스타레일, 하이퍼그리프의 명일방주, 바이트 댄스의 마블 스냅 등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오역에 대한 많은 예시를 굉장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명일방주의 스토리에서 울피아누스의 대사 중 "물론 새로운 재난을 안 져주기도 했고 말이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누가 봐도 "물론 새로운 재난을 안겨주기도 했고 말이야."라고 말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순 오타의 경우에는 프로젝트의 납품 일정이 빚어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원시 텍스트를 일차적으로 번역한 후, 해당 번역문을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오타를 교정하게 되는데, 그 단계가 생략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검수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검수 단계에서 수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만약 이 화면이 잘린 화면이 아니라면 울피아누스의 대사 마지막 줄이 거의 화면 끝에 붙어서 대사의 아랫공간이 거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LQA를 통해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다. 만약 LQA 단계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4줄의 대사를 3줄로 줄여서 대사의 아랫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전체적인 화면 밸런스를 맞춰주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폐쇄적인"을 "폐쇠적인"이라고 적는다든지, "츄츄족의 훈련용 통나무"를 "츄츄족이 훈련용 통나무"라고 적는다든지 하는 문제도 자주 발견되며, 이런 형태의 한국어 조사 문제 또한 검수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 원신을 할 때 거슬려서 찍은 스크린샷인데, 이걸 여기다가 써먹을 줄은 몰랐다.
마블 스냅의 오역 모음을 보다 보면 마블 스냅의 1차 원시 텍스트 번역 담당자의 개인 능력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충분히 한국어의 조사 변동이 어려울 수 있고, 생략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하지만, 뜻이 변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번역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해당 카드의 경우, 원문은 "Add the top card of your deck to this location."인데, 여기서 Add를 생략해 버리고 "덱에서 카드 한 장을 이 구역에 냅니다."로 번역했다. 제대로 된 번역은 "덱에서 카드 한 장을 이 구역에 추가합니다."인데, 마블 스냅에서 카드를 내는 것과 추가하는 것은 기능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역은 플레이 경험에 아주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담당자가 애초에 카드 게임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에 더하여 원문의 뜻을 바꾸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두 번" 하는 것을 "두 번 더" 한다고 번역한다든지 하는 등의 기초적인 번역 문제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이용 가능한"이라고 표현된 것은 원문 "Available"을 번역한 단어인데, Available의 대응 번역문은 형용사인 "이용 가능한"이다. 이에 따라 번역 담당자는 틀리지 않은 번역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틀린 번역이 되는 것인데, LQA 단계의 수정 대상에는 이런 형태의 문제가 포함된다.
이런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면, 만약 바이트 댄스에서 원시 텍스트에 해당 사용 위치를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면 번역 담당자의 능력 문제로, 그렇지 않다면 바이트 댄스의 경험 문제로 볼 수 있다. 번역을 요청했던 경험이 많다면 번역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잘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텍스트가 위치할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경험 있는 번역 담당자는 그 특성을 떠올려서 번역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밑도 끝도 없는 형용사만 두는 식으로 번역을 진행하진 않는다.
이 경우에도 원문 "Hello again..."을 "안녕하세요..."라고 번역해서 캐릭터 및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번역 시에 화자 정보를 주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고, LQA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부터 스펙터와 선장 알폰소가 대화하는데, 선장 알폰소는 스펙터를 위에서 깔보는 형태로 대화하고, 그에 반응하는 스펙터는 "제 발목이나 잡지 않길 바라죠"라며 반존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시본이 아니란 걸 증명하면, 그 배를 우리한테 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차분하게 존댓말을 한다?
이런 형태의 문제도 LQA 단계에서 발견해서 수정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번역과 검수 단계에서는 NPC 말투를 통일시킬 정도로 자료가 충분치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대부분 텍스트 정보를 기반으로 번역을 진행하게 되는데, 번역 요청 경험 유무에 따라 말하는 화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제대로 정리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화자 정보가 빠진 경우, 번역 담당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번역을 지향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대부분 한국어에서 가장 평범한 해요체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해요체가 들어간 상태의 번역문은 특정 캐릭터의 성격을 희석해 버리고 게이머의 몰입감을 많이 감소시키기 때문에, NPC의 말투 통일은 LQ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내용 중 하나이다.
스타레일 제레의 네 번째 돌파 명으로 번역되어 공개된 "힐끗"은 중국어 원문 "掠影"인데, 노략질할 략과 그림자 영으로 파파고조차 "그림자를 스치다"로 번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무서운 일을 당했길래, 힐끗이라는 극한의 의역이 발생했을까?
이는 이 단어가 "그림자를 스치다"로 직역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림자처럼 스쳐 가는 형태, 혹은 그러한 느낌"을 표현하는 느낌이 포함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번역한 1차 번역 담당자는 '어떠한 풍경이나 모습이 그림자처럼 스쳐 가는 형태라면... 힐끗! 쳐다보는 형태네!'라며 스스로 최고의 의역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확신할 수는 없으나, 어디에서 사용될지 모르는 번역의 경우 UI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을 피코자 최대한 원문과의 글자 수를 맞추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것도 LQA 과정에서 파악되고 수정됐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LQA 담당자의 역량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LQA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의 LQA 작업 환경상 다른 서비스 언어와 비교하며 진행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국어만 보면서 확인하게 되는데, 게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제대로 살린 특성 명을 고민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타레일의 오역 문제에서는 이러한 극한의 의역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문제 발생 유형을 봤을 때, 이는 스타레일의 LQA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물론, 1차 원시 텍스트 번역 담당자의 중국어 능력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극한의 의역이 발생하는 경우는 "원시 텍스트의 언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비스 언어를 굉장히 잘할 경우"에 발생한다. 즉, 중국어는 잘 못하지만, 한국어는 굉장히 잘하는 번역 담당자들에게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형태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난 하늘을 느껴버렸거든"이라는 번역도 원문은 "因为我已触碰过天空"으로 직역만 하더라도 "하늘을 만지다"로 번역할 수 있고, 게임 스타일의 의역을 조금 섞는다면 "하늘에 닿았다"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하늘을 느끼다"로 번역한 것은 게임 스타일의 의역을 과하게 진행했기 때문이고, 이는 번역 담당자의 한국어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쉽게도 어울리지 않는 과한 의역이다.
여기서는 스타레일 세계관에서 역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앰버기원"이라는 단어를 위의 스토리에서 "앰버가 정확히 어느 기원인진 모르지만"으로 풀어서 번역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로부터 번역 작업의 기초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번역을 진행하면 프로젝트 매니저, 혹은 검수자가 작업 전체 담당자와 어떠한 규칙을 만든다. 예를 들어 "자, 이제부터 A라는 글자는 모두 다 B로 번역하겠습니다"라는 식이다. 번역 시에는 항상 저렇게 정한 단어들의 목록을 보유한 상태로 번역을 진행하게 되는데, 여러 명의 번역 담당자가 함께 작업하는 경우에 저러한 목록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지 못하거나, 혹은 검수 단계에서 검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개발사의 기획자 역량 문제인데, 예를 들어 A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다면 당연히 A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기획자에 따라 그 단어를 마음대로 바꾸어 자기 스타일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이 프로젝트에서는 인사말로 안녕하세요만 채택하겠습니다"라고 약속을 정한 후 프로젝트의 기획 작업이 진행되어야 번역 담당자들도 "아, 그럼 안녕하세요는 인사말로 번역하면 되겠구나"라고 번역의 약속을 정한다. 하지만 애초에 원문이 "안녕하세요, 안녕하시렵니까, 안녕하삼, 안녕하쇼, 안녕이요, ㅃㅇ, ㅅㄱ" 등으로 작성되어 있다면 번역 담당자는 다른 번역문과 충돌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번역 규칙에 따라 모든 단어를 다르게 번역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형태의 문제는 기획에 문제가 없다면 번역의 문제, 번역에 문제가 없다면 기획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문제도 LQA에서 발견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게다가 오히려 통일해서는 안 되는 것을 싹 다 묶어버려서 발생한 문제도 있었는데, 스타레일 세계관에서 블레이드"라는 캐릭터의 애칭으로 "블레이디"가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애칭으로 발생하는 스토리 및 설정이 존재하지만, 모든 블레이드와 블레이디를 블레이드로 묶어버려서 게이머가 플레이 도중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런 형태는 음... 정말 근무 태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레일 경원의 단편 애니메이션 중 "제자에게 이런 식으로 가르침의 은혜를 보답받으시죠!"라는 그냥 한국어만 봐도 이상한 문장이 존재하는 문제가 발견됐다. 게다가 더빙까지!
원문 "让徒儿以这一式,来报答您的授艺之恩吧!"을 직역하면 "이러한 방식으로, 당신이 가르쳐주신 은혜를 갚겠습니다!" 등으로 번역할 수 있고, 의역하면 "당신에게 받은 은혜를 이렇게 갚겠다"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번역됐을까? 그 이유는 저 한 문장 전체가 한 번에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클라이언트에서 기획자가 작업한 텍스트를 일괄적으로 뽑아내는데, 그때 A 장면에 사용될 A 텍스트와 A-1 장면에 사용될 A-1 텍스트가 한 문장이든 어떻든 간에 따로 뽑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리된 텍스트는 A 번역 담당자에게 "让徒儿以这一式"가 제공되고, B 번역 담당자에게 "来报答您的授艺之恩吧!"가 제공되면서 각자의 문장이 따로따로 작업 되어 최종적으로 합병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A 혹은 B 담당자 입장에서는 '뭔가 문장이 끊어진 것 같은데, 이어지는 느낌으로 가야 하나?' 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문장 하나가 그래도 독립성을 띠도록 번역하자'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제자에게 이런 식으로"라는 번역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도 마지막으로 모든 문장을 다 붙여서 인게임에 적용한 후, LQA 담당자가 확인했었어야 하는 부분인데 놓쳐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 혹은 작업 시간이 너무나 촉박해서 LQA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음은 물론 더빙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면서 여러모로 검수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게임에서 더빙과 텍스트가 다른 문제도 찾아볼 수 있는데(예를 들어 더빙은 "안녕하세요, 위그든 씨"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표시되는 텍스트는 "안녕하십니까, 위그든 님" 등으로 표시되는 경우), 이는 A 텍스트로 결정한 후, 더빙을 맡기고, 더빙 과정에서 대사를 수정했으나, 결국 인게임 적용에서는 누락된 것이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저번에 원신하다가 캡처해 둔 게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결국 못 찾았다.
사실 하이퍼그리프는 몰라도 명일방주는 아는 사람이 많고, 또 호요버스는 중국 게임의 인식을 뒤엎어버린 IP에 진심인 회사 중 하나로 인식될 만큼 대부분의 프로젝트의 지명도가 높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은연중 당연히 이렇게 지명도 높은 프로젝트에 오역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명일방주는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프로젝트 이름값이라는 게 존재하기도 하고, 호요버스는 굉장히 평가가 좋은 게임 개발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놀랐다고 해야 하나? 이번 오역 문제들을 조사하면서 생각보다 다른 업체와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명일방주의 경우, 오역 문제가 너무 많아서 역시 원히트원더인만큼 현지화 경험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바이트 댄스의 마블 스냅도 위와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욱 놀랐던 것은 호요버스의 스타레일인데, 원신의 사용자 수조차 넘어버린 호요버스 최대 작품의 현지화 수준이 이렇게나 떨어질 거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지화 업계에서 호요버스의 위상이란 "현지화의 최고봉, 업계 첨탑의 모서리"라고 불릴 정도인데, 그런 호요버스의 역대 최대 사용자 수를 만들어낸 프로젝트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줄이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대로 품질을 보증할 수 없는 빠른 업데이트는 게이머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개발사에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문제가 된 언어 중 한국어에서만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원신의 성공으로 나태해져 있던 현지화 담당자들의 초심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이처럼 LQA 단계는 현지화 작업의 마무리 작업인 만큼, 굉장히 중요하고 또 개발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이 작업이 제대로 된 경우와 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면 작품의 품질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현지화가 지금보다 더 인정받는 시대가 와서 충분한 기간에 충분한 인력으로 작품의 품질을 정말로 완벽 보증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