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하고 고집스러운 현지화의 결과
작년 6월, 기대를 많이 했던 만큼 큰 실망을 했던 난 내가 느꼈던 실망을 가득 담아 명조의 현지화에 대한 글을 썼었다. 중국에서 게임을 만드는 현직자로서, 현지화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커뮤니티 운영 등에서도 어떤 거짓말로 게이머들을 우롱하고, 농락하는지가 너무 잘 보였기에 내가 느낀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재미를 가져오는 원신 라이크의 한 축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원신과 명조는 분명 같은 장르지만, 다른 재미를 전달해 주는 게임이니까.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로서, 게임이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욕심은 아닐 테니까... 그래서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썼다. 보고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정상적인 현지화팀이라면 게이머들에게 더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고, 개중에는 구글에다가 매번 자사 게임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난 구글 검색에서 네 번째로 나오는 내 글을 분명 쿠로 게임즈의 현지화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누군가가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봤다면,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고서 정신 차리고 조금 더 게이머를 위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부단한 노력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그땐 그랬다.
공백 제외: 13,564자
1. 용어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
- 각, 뿔을 용의 별자리로
- 아부를 포포로
- 1) 캐릭터 이름으로 이어지는 관계성 텍스트의 의미 소실
- 2) 캐릭터 이름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 소실
- 3) 남탓하지 마라
- 4) 내가 사과한다면?
- 무무플래시와 잔성회 사이보그, 그리고 아미너스 타이거...
2. 용어 통일의 중요성
- 인게임에서는 미믹, 웹에서는 거짓 보물상자
-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3. 의역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
- 군침이 싹도노
- 유행어를 번역 작업에 인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
- 외주 업체가 작업한 거 아닙니까?
4.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명조는 2024년 5월 23일에 출시됐다. 그리고, 현지화 관련 문제가 터지고 2024년 6월 2일 재발 방지와 함께 수정, 개선을 약속했다. 그리고 2024년 8월 3일, 그간 꾸준히 발생했던 현지화 문제와 개선되지 않은 현황에 대해 더는 안 되겠는지 간담회를 열었다.
‘용의 별자리’의 원 개념은 동방칠성, 3원 28수 중 동방청룡 7수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었다. 그 중 ‘각수’는 동방칠수 중 하나인 만큼, 용의 별자리로 번역하자니 세계관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었다. 다만 이런 부분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고, ‘각’, ‘뿔’이라고 하면 유저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로 CBT에서 여러 용어를 직역했을 때 유저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많았다. 개중에는 ‘뿔’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의역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더 멋있느냐'가 아니다. '그래서 왜'다. 멋있지 않다는 이유로 어떤 단어를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면, 왜 대체 단어로 해당 단어를 선택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멋있지 않다는 이유를 단어 대체의 이유로 들이밀 수는 있지만, 대체 단어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단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동방 칠수라는 개념은 듣기만 해도 상당히 큰 개념이다. 게임 세계관에서 어떤 개념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해당 단어의 의역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스토리 기획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해당 단어가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는 핵심 열쇠의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문으로 주어졌던 각, 뿔 같은 기존의 단어들은 해당 단어만으로 어떠한 이야기나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글자 수도 짧고 정보가 적은 단어기 때문에 더더욱 이후에 이것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걸 비교적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중요 정보를 '용의 별자리'라는 걸로 바꿔놨다면 상응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왜 하필 대체한 단어가 '용의 별자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냥 '오늘 내 기부니가 그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용의 별자리와 뿔, 각은 무슨 관련이 있는가? 별자리는 어디서 나왔는가? 별자리가 나온 이유가 뭔가?
또다른 번역 사례로는 ‘포포’가 언급됐다. 중국 서버에서는 ‘아부’, 영문으로는 ‘애비’로 번역된 캐릭터로, 한국 현지화팀은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둘 다 한국어로 좋은 어감이 아니라고 스토리 작가에게 전달했다. ‘아포’라는 말도 그리 어감이 좋지 않아 ‘아’로 시작하지 않아도 되냐고 문의한 결과, 스토리 작가진이 귀여움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포포’였으며, 그 이름이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와 세계관 설정에 문제가 없다는 스토리 작가진의 답변을 받고 적용했다.
현지화 업계인으로서 사실 아부를 포포로 대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마스코트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건, 업계인이 아닌 게이머들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근데 그런 캐릭터의 이름을 그냥 '귀엽지 않다'라는 상당히 주관적인 이유를 들며 '포포'로 정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사실 이해가 잘 안 된다.
포포 관련 대사 중에 '阿布,阿布……阿布……克斯萨拉?阿布拉克萨斯?'라는 대사가 있다. 직역하면, '아부, 아부... 아부... 크스살라? 아부락사스?' 정도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브락사스라는 상당히 큰 세계관 속 소재를 언급한다는 거다. 즉, 이 대사로 게이머한테 전해야 할 것은 '아브락사스'라는 존재와 관련이 있다는 정보다. 그럼, 한국어의 '포포'는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阿布,阿布……阿布……克斯萨拉?阿布拉克萨斯?
포포, 포포... 포포... 케살라? 포포라사스?
락사스도 아니다. 포포라사스다. 어떤 기획적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는 텍스트를 아무 의미 없는 텍스트로 바꿔버렸다.
这也不行那也不行,不不不的……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다 안 된다고 하니...
同音不同字,你干脆叫阿布吧。
아닐 '부' 자랑 비슷한 발음의 '포'로, 포포라고 하자.
현지화 업무는 항상 이후에 어떤 내용이 등장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최대한 '안전하게' 작업하는 게 습관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모든 단어를 '음역' 혹은 '직역'하게 되기도 한다. 그게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작업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어렵다. 그러므로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음역'과 '직역'의 범위에서 어떤 걸 '의역'해야 하는지를 조금 더 잘 고려하고 판단하게 된다. 즉, 포포의 사례는 쿠로 게임즈의 현지화 팀이 이후에 이어질 내용에 대해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작업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이런 번역으로 인해 유래에 대한 정보도, 아브락사스에 대한 정보도, 그 무엇도 게이머한테 제대로 전달한 게 없다. 중국어에서 阿는 친한 사이에서 상대방을 조금 더 편하게 부르는 접두사다. 예를 들어, 阿길동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가정하면 한국어로 번역 시, XX이의 형태를 채택하여 길동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고, 귀여움이 문제라면 된소리의 강세를 이용하기 위해 완전히 음역 하여 '아뿌'라는 형태를 만들 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전혀 관련 없는 '포포'라는 이름을 만들어놓고, 그 이유를 '어감이 안 좋아서'라고 드는 건, 상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발언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런 자리에서 게이머들에게 전달해야 할 건, 이런 번역을 채택했던 '자신들의' 의도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어떤 좋은 의도를 갖고 작업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면, 그런 현상에 대해 사과를 하고 조정을 하고 이후의 방향성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라는 말이다.
'스토리 작가진'의 답변을 받고 적용했다? 왜 현지화의 무능을 스토리 작가진의 무능으로 돌리는지, 왜 저런 발언을 한 건지 모르겠다. 스토리 작가진은 번역을 모른다. 번역을 모르는 사람에게 번역에 관해 묻고서 그걸 근거로 사용한다는 건 논리가 안 맞다. 그러니까...
게이머 여러분, 이건 스토리 기획자의 답변을 근거로 만든 번역문이고, 그런 텍스트에 문제가 생겼으니 스토리 기획자를 욕하세요
...라는 뜻인가? 왜 현지화의 오류를 중국어 기획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가?
아부라는 이름이 한국어의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거리나 오버하는 행위'를 뜻하는 '아부하다'와 발음이 같고, 마스코트 캐릭터라는 성격을 고려했을 때 플레이어와 상당히 많은 교류가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아부하다'라는 동사와 동음이라는 것이 캐릭터가 전달하는 말의 진정성을 곡해하게 되는 문제점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의 결과로, 아부가 아닌 다른 이름을 채택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후에 아부락사스와 아닐 불 자를 이용한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상당한 작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아부락사스와 아닐 불 자를 이용한 이름의 유래 관련 스토리가 사전에 전달됐다면, 우리도 다른 캐릭터 이름을 채택하지 않고 기존의 이름인 아부로 진행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동음과 관련된 위험성이 있긴 하더라도, 이어질 스토리를 고려했을 때, 고유 명사인 '아부'가 동사인 '아부하다'로 연결될 위험성보다,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됐을 때 게이머분들이 느끼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화 당시 이후 스토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우리들의 실책이다. 이후에는 스토리 작가진과 긴밀히 소통하여 각 캐릭터별 스토리나 이름의 유래 등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확인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현지화 리드로서 책임을 지고 내부에 관련 로직을 만들겠다.
이런 답변이 왔다면 누가 뭐라고 할까? 그냥 어감이 안 좋아서, 귀엽지 않아서, 포포는 귀여워서, 문제 생긴 건 다 기획자 탓... 간담회를 열어서 자기들이 능력이 없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이게 무슨 간담회인가? 누가 이런 멍청한 간담회를 기획했는가...?
‘무무속달’ 대신 로켓배송 비슷한 느낌으로 무무플래시, 잔성회 개조인간은 스타일리시하지 못하다 판단해 ‘잔성회 사이보그’라 고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미너스 타이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쓰자 했으나 공개되자마자 바로 역효과가 나서 타 서버의 사례를 훑어보고 스토리 작가진에 어떤 설정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스토리 작가진으로부터 검은 달을 가리는 야수, 빛을 밟는 야수라는 설정을 들었고, 이를 반영해서 ‘흑월의 야수’로 번역했다.
이것만 봐도 '현지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는 텍스트라는 걸 고려하면, 당연히 한국어를 써야 조금 더 이해가 쉽다. 또한, 세계관과 등장 지역을 고려하면 무무속달과 잔성회 개조인간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만들어 놓고, 로켓배송과 스타일리시를 이유로 든다...?
Q. 한자를 외국어로 푸는 것과 관련해 더 스타일리시하게 표현된다 했는데, '명식 더 엑시온'을 유저가 받아들일 거라고 본 것인지 궁금하다. 또 세계관에 맞춰서 번역한다고 하는데, 중국풍 캐릭터 입에서 한국어-영어 합성어 조합이 나오는 게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지 묻고 싶다.
레이 팀장 = 한국어는 굉장히 유연하고 다양한 언어다. 온전히 한자어로만 쓰고 싶지 않은 이유는, 중국풍이라는 것만 강조하고 싶지 않아서다. 작가진도 중국풍이 너무 강조되면 한국 시장과 잘 안 맞을 거란 우려도 있었고, 최대한 다른 언어로 풀 수 있는 부분은 풀고, 현대적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쓰자는 의견이 있었다.
빌 팀장 = 황룡 세계관이 중국풍인데, 거기 영어나 외래어가 섞여서 세계관을 해칠 거라 우려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중국 사람이 원문을 봐도 못 알아보는 게 있는데, 이걸 직역하게 되면 한국 유저들이 굉장히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부분은 괴리감을 배제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의역을 했다.
즉, 명식 더 엑시온은 중국풍이라는 것만 강조하고 싶지 않아서 현대적으로 만든 단어고, 중국 사람인 자신들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이런 오역들이 난무한다는 뜻인가? 능력이 떨어지는 번역가와 대화해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단어는 어렵네요, 어려운 단어는 게이머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 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번역가... 즉, 당신의 어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상 책을 읽고, 문학을 이해하고, 논설을 분석하는 사람에게 어떤 어휘가 어렵게 느껴지겠는가? 그런 개인적인 판단을 구체적 증거 없이 판단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건 게이머의 재미를 제한하는 행위다. 참... 할 말이 없다.
2024년 12월 19일, 2.0 버전 번역 문제의 시발점이 된 웹 이벤트가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모두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가장 게이머들에게 큰 충격을 준 건, 거짓 보물상자 에코와 제스터 에코였다.
欺诈奇藏
거짓 보물상자
귀중한 보물상자의 모양을 하는 함정 잔상으로 보물을 구하는 모든 엘프를 유혹하여 잡아먹는다. 자기 종족을 삼키는 거짓 보물상자의 특별한 습성으로 인해 성행 공약 성태학에서는 거짓 보물상자를 리나시타 마트료시카라고 부른다
奇藏는 명조에서 보물상자로 사용된다. 그리고 欺诈는 중국어로 '사기 치다'라는 동사다. 즉, 거짓 보물상자는 아마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됐을 것이다. 奇藏가 용어집에 보물상자로 등록되어 있고, 사진이나 관련 참고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가정하에 무지성으로 용어집의 단어를 때려 박고, 앞의 欺诈를 직역하는 것. 이렇게 작업하면 거짓 보물상자가 나온다.
사실, 여기까지는 현직자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다. 유저 번역이 아닌 이상, 게임 리소스가 없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갖고 번역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게임에 똑같이 생긴 몬스터가 있는데, 저 몬스터의 이름이 야생 미믹이라는 점이 문제다. 저 몬스터와 관련된 글이 2025년 1월 28일에 올라왔을 뿐이지, 1월 28일에 신규 추가된 건 아닐 것이다. 즉, '쿠로 게임즈의 현지화팀은 용어집이라는 개념조차 없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방증이다.
정상적인 현지화팀이라면 용어집 관리를 자기 목숨처럼 해야 한다. 가장 경험이 많고 실력이 좋은 사람이 용어집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번역이 중복되거나 놓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게 뭔가? 같은 일러스트와 모델링을 가진 몬스터가 왜 인게임은 미믹이고, 웹 이벤트는 거짓 보물상자인가?
현지화 작업에서 웹 이벤트의 우선순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당연히 웹 이벤트보다는 인게임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게임 콘텐츠의 업데이트 열차가 멈추지 않는다면 웹 이벤트를 작업할 인력이 부족한 것도 이해는 된다. 물론, 작업자가 몇 명 없는 중소 게임사라면 말이다.
在库洛的办公区,李松伦有一个单独的大房间,门牌标注了“Solon屋”,有着舒适的办公环境和一线江景。但他上班的时间并不出现在那里,而是在另一楼层的工位上工作。尽管如今这家“年轻”的公司已经迅速扩张至上千人规模,是2019年团队人数的三倍之多,但李松伦还是觉得,如今团队的状态比之前更加“努力”了。
쿠로 게임즈는 비상장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직원 수는 실제로 입사하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CEO가 언론 매체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터뷰를 해주시더라. 이건 2025년 1월 2일, 광저우 일보에서 나온 쿠로의 CEO 이송륜의 인터뷰 중 언급된 내용이다. 인터뷰의 공개 날짜와 이벤트 날짜를 고려해 봤을 때, 최소한 이 인터뷰에서 나온 직원 숫자가 저 이벤트 제작 시기에 존재했던 직원 수와 가장 근접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尽管如今这家“年轻”的公司已经迅速扩张至上千人规模,是2019年团队人数的三倍之多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젊은’ 회사지만, 어느새 직원 수가 2019년에 세 배인 천 명을 훌쩍 넘는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퍼니싱이 있긴 하지만, 성과로 봤을 때 사실 원히트원더에 가까운 회사인 쿠로 게임즈라면, 분명 명조 한 프로젝트에 천 명 가까이가 붙어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도 과하진 않다. 그럼, 인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근데 왜 저런 문제가 발생한 걸까? 우선순위가 낮아서? 웹 이벤트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지화 작업 순서 상의 우선도가 낮을 뿐이지, 위험도는 오히려 높다. 오히려 게이머한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게 바로 웹 이벤트니까.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인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저런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단 하나, 용어집 관리가 안 되고, 현지화 리드의 실력이 부족하다. 웹 이벤트에서 사용될 용어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웹 이벤트 작업자가 저런 용어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용어집 관리는 현지화 업무의 기초다. 그것도 상당한 기초... 이걸 어떻게 틀릴 수가 있나?
에코가 되기 전, 제스터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코믹한 모래망치가 아니라 백발백중의 단도이었다고...
이런 문장을 보고 있으면, 쿠로 게임즈의 현지화 수준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상태인지 짐작이 가긴 한다.
2024년 8월 3일 간담회가 종료되고, 2주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8월 15일, 군침이 싹도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대사의 원문은 '爆辣浇汁鱼蛋…… 光听到这个名字口水就要流出来了!'로, 직역하자면 '매콤한 소스를 끼얹은 어묵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데?' 정도다. 근데 이렇게 담백한 문장을 '오~ 매운 어묵...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싹도노!'로 번역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때는 중국에서 잔망 루피가 상당한 인기를 구사하고 있던 시기였다. 유행이 좀 지났다는 지금에서도 중국의 인스타그램인 小红书에 루피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상당히 많은데... 그땐 정말 어딜 가도 루피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아동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인 만큼 캐릭터 자체가 귀엽기도 하고, 한국에서 먼저 유행하면서 다양한 감정이 강조된 표정 이모티콘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도 중국에서 유행하기 딱 좋은 조건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사용하는 대중적 SNS인 Wechat과 QQ는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아무리 좋은 캐릭터가 있어도 사진을 자르고 캡처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루피는 이미 한국에서 한 차례 유행하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표정을 수입하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물론 한국에서는 철 지난 유행이지만 중국에서 유행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알게 뭔가? 자기가 담당하는 서버가 한국이라는 걸 까맣게 잊은 채로 말이다.
번역 작업에 밈을 인용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밈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확실히 이해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그 밈의 유래, 밈의 시기, 언제 들어도 허허 웃어넘길 수 있는 고전적인 밈인지, 정말 한 차례 반짝하고 사라진 유치하고 이상한 밈인지, 원문에서 말하는 바가 그 밈에 충분히 담길 수 있는지, 담길 수 있다면 그 외의 위험성은 없는지... 모든 걸 다 고려하고서 적당한 게 있다면 그 밈을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군침이 싹도노는 모든 걸 정확하게 다 반대로 고려했다.
1. 이미 해당 국가에서 유행이 지난 밈이다. (번역자의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2. 원문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원문에서는 저런 강조 표시가 없다, 이야기의 전개에 방해가 된다)
3. 다른 형태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특정 사상, 커뮤니티, 사건 등에 연루될 수 있다)
4. 캐릭터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캐릭터의 성격, 말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건 반면교사의 교보재 수준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생을 데려다 써도 저것보단 나을 것이다. 얼마나 현지화에 대한 이해가 없고, 번역에 대한 기초조차 없으면 저런 판단을 한단 말인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 어디 고등학교 번역 동아리에 들어가도 저런 걸 만들어내진 않을 것이다. 저 강조 표시는 또 뭔가? 한숨이 나오도록 촌스럽다.
외주 업체가 저렇게 작업했고, 감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외부에 그대로 공개됐다는 식으로 여론 조작하는 것도 봤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 에이전시가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아니... 총을 맞더라도 아마 남은 이성으로 저렇게는 작업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전시는 개발사에서 밈을 사용해 달라고 싹싹 빌어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에이전시에 중요한 건 거래의 지속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거래를 정상적으로 끝내고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에이전시, 번역 외주사에서는 이 악물고 가장 평범하고 중의적인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초월번역 같은 건 조금도 욕심내지 않는다. 애매한 게 있으면 최대한 중의적으로 처리한다. 평범하게 말이다. 어떤 정신 나간 외주사가 회사 망하려고 저런 밈을 작업물에 내놓는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즉, 저건 쿠로 게임즈 인하우스 현지화 팀에서 감수까지 완전히 종료한 내부 한정 '초월 번역'임에 틀림없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건 정말 관용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최대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 것들이다. 만약 조금만 엄격하게 바라본다면 이런 문제들은 LQA라는 과정에서 모두 걸러져야 했다. 번역이 어떻든, 감수가 어떻든, 자료가 적든 많든, 아무런 변명 거리를 들이밀 수 없는 과정이 바로 LQA 과정이다.
모든 리소스가 다 봉합되어 게임으로서 플레이하며 문제점을 수정하는 단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천 명이 넘는 회사라면 분명 존재할 터인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어쩌면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정이 너무 빡빡했고, 테스트할 인력이 진짜 부족했을 수도 있다. 분명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런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 자료를 조사하면서 든 생각이... 쿠로 게임즈는 너무... 너무...
번역을 못 한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그냥 번역기를 돌리는 게 몇만 배 나을 정도의 수준이다. 왜 이렇게 번역을 못 할까? 그런데도 간담회니 뭐니 하면서 게이머를 조롱하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이해가 어렵다. 게다가 리나시타 2.0을 보고 있으면 출시했던 그때랑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는 이유도, 이전이랑 똑같은 이유의 똑같은 오류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냥 틀린 게 많다. 개선이 하나도 안 됐다. 틀린 내용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리나시타 2.0에 대해서는 글을 쓸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계속 거짓말을 한다. 왜? 캐릭터 모델링만 믿고, 한국 게이머들은 개돼지니까 그냥 대충 말로만 때우면 또 소통하는 게임사라며 갓겜이라고 칭송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용도 보면 현재의 인게임 스크립트를 기준으로 [혹은 중국어 원문까지 찾아와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개선까지 다적어냈는데 지금까지 반영해서 수정한 케이스가 거의없다시피함. 그리고 일부 반영이라도 했다치면 '유저의 제보를 반영하여 XXX를 YYY로 수정하였습니다'라고 공지하는게 예의아님? 그런거도 없이 방송작가 고용했다고 아무튼 믿어달라고한 간담회 이후 4~5달이 지난거임. 그동안 번역은 개선된거없이 더욱 악화되기만했고
애초에 현지화 번역 오류 게시판이라는 것 자체가 게이머한테 유료 테스트를 시키겠다는 말도 안 되는 선동인데, 이건 또 뭔가? 번역 개선을 중문판이랑 비교까지 해가면서 제보했는데, 수정된 게 거의 없다? 게이머가 이렇게까지 해주면 감사하지 않나? 그게 정상 아닌가?
물론, 모든 게이머의 의견이 다 맞진 않다. 하지만, 만약 정말 문제가 있다면(최소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글에 적힌 내용은 대부분 문제인 것 같지만) 개선하고 수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게이머가 대신 LQA를 해주고 있잖아??
얘네들은 거짓말을 상당히 많이 한다. 게다가 실력도 없다
내가 내린 결론이다. 쿠로 게임즈는 애초에 현지화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면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소설을 써본 적 있습니까?
난 중국 게임 업계에 있다 보니, 쿠로 게임즈 내부 소식도 가끔 듣게 된다. 그리고 최근 한 지인이 쿠로 게임즈 현지화 면접을 봤던 경험을 말해줬는데, 면접 중에 저런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 자기들은 문학적인 번역을 우선한다면서 말이다.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서 잘못된 번역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게임이... 문학...? 기가 찬다...
사실 쿠로 게임즈의 현지화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지만, 일이 바쁘다보니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봤는데, 명조가 많이 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 아직도 현지화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네? 그걸 보고서 이젠 글을 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그쪽 관계자가 볼 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말이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