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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제나에 번역 버그가 일어났다?

낙X인X완X겜? 신부 수업이 발걸음이 된 이유

by 병욱
김형석: 아, 네... 신부 수업과 관련된 이슈, 번역과 관련된, 국내의 번역이 다른 이슈에서도 설명드리겠습니다. 어... 해당 이슈는 저희가 단순하게... 그... 텍스트 버전에 대한 통일 이슈가 되지 않은 버그 이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수정...을 진행하고 있고요. 저희가... 그... 국내외... 글로벌, 저희... 이슈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통일하고 로컬라이징 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아니면 미국, 그리고 한국 모두 약간씩 그... 대본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각 로컬라이징 담당에서 어느 정도 좀... 그... 역량을 발휘하고, 어느 정도 좀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들은 쓰읍... 어... 어느 정도 현재까지는 저희가 방, 방향을 어떻게 잡는다든지, 그런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최대한 빠르게 이 부분도 저희가... 그, 로컬라이징에 대한 어떤... 번역의... 차이? 같은 것들은 내부적으로 방향성을 잡고 공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2025년 10월 22일 출시... 그리고 지금 붙은 불은 사실상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출시 일주일 조금 넘은 게임에 이렇게까지 논란이 많았던 적이 있던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논란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나열하자면 몇만 자는 충분히 넘을 양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살다 살다 '번역 버그'라는 말은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말이라 그 부분을 한번 짚어보려 한다.


사실... 이슈의 발생부터 소화는커녕 오히려 불을 더 키워버린 디렉터 오피셜 라이브까지... 그 내용과 과정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이것도 그냥 단순한 면피성 발언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번역 버그라는 말이 너무... 신기하잖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图片_20251104230738_59_46.png TGS에서 시연할 때만 해도 네가 이렇게 망할 줄은 몰랐지...




공백 제외: 4,710자


목차

1. 현지화의 순서

2. 번역 버그가 발생한 경위

3. 다른 발언에 대해서




1. 현지화의 순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이하 카제나는 한국의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만든 게임이다. 그리고 글로벌 퍼블리싱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맡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스 텍스트... 즉, 번역의 기초가 되는 원어는 한국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이니, 한국어로 스토리를 쓰는 것, 이건 지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다.


screenshot-20251102-110431.png 역사를 쓰고 있긴 하지...


그렇다면 한국에서 개발한 한국어 게임을 다른 나라에 출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칠까?


1.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스토리 기획자가 스토리 원문을 작성한다.
2. 해당 스토리 원문을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로 전달하고 언어별 현지화 담당자, 번역가 등이 원어를 목표 시장의 언어로 번역한다.
3. 목표 시장의 언어로 번역된 내용은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정한 가이드에 따라 감수, 더빙 등이 진행된다.


각 회사의 실정이나 가이드에 따라 더 많은 감수, 테스트 등의 과정이 추가될 수는 있지만, 이 세 가지 순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슈퍼크리에이티브가 만들어낸 한국어 스토리가 없으면 다른 언어로는 번역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상당히 당연한 말이다. 현지화는 원어와 원문을 근거로 한 번역이 핵심 가치다. 창조가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건 부가적인 부분이고 그 어떤 창조를 하더라도 원문을 근거로 한다는 가치가 변해서는 안 된다.



2. 번역 버그가 발생한 경위

자, 그럼 김형석 디렉터의 발언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아, 네... 신부 수업과 관련된 이슈, 번역과 관련된, 국내의 번역이 다른 이슈에서도 설명드리겠습니다. 어... 해당 이슈는 저희가 단순하게... 그... 텍스트 버전에 대한 통일 이슈가 되지 않은 버그 이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수정...을 진행하고 있고요.



통일이 되지 않은 버그다... 뭐... 버그가 아니라, 그냥 통일이 안 됐다고만 했어도 덜 이슈가 됐을 텐데, 괜히 버그라는 말을 써서... 어쨌든, 이 말의 요지는 통일이 안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번역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을 것이다.


1.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스토리 기획자가 "신부 수업의 시간이군요"라는 대사를 작성했다.
2. 위의 순서에 따라 언어별 번역 및 더빙이 진행됐다.
3. 근데 갑자기 한국어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벼운 발걸음으로"라고 수정했다.

여기서부터 분기가 나뉜다.

4-1. 근데 한국어는 바꿨는데, 다른 언어를 바꾸는 걸 깜빡했다. 즉, LQA 과정에서 빠졌다. 그렇게 바로 출시됐다가 게이머들한테 걸렸다.

4-2. 근데 한국어를 바꾸고 보니까, 외국어를 바꾸고 싶은데... 성우 일정이 안 잡힌다. 근데 곧 출시라서 출시 일정이랑 안 맞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그냥 가자. 그리고 게이머들한테 걸렸다.



한국은 성우 시장이 참 잘 되어 있어서 성우 일정 잡기가 어렵진 않다. 원어 텍스트가 나오고 1~2주 정도면 충분히 잡고 더빙까지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성우 더빙 일정 잡기가 힘들다. 시장이 잘 되어 있는 건 한국이랑 동일하지만, 유명 성우들은 녹음 이외에도 다른 일정이 많기 때문에 보통은 2~3개월 전에 미리 전달해야 한다. 그러니까, 보통 저런 경우에는 출시 일정을 우선해서 기존 대사를 수정하지 않거나, 정말 꼭 수정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면 어쩔 수 없이 해당 텍스트만 수정하고 더빙을 빼 버리는 식으로 대처한다.


screenshot-20251102-114634.png 근데... 지금은 더빙도 있고, 한국어만 다르네...?



한국어 텍스트더빙있고, 일본어 텍스트가 한국어 텍스트동일하며 일본어 더빙있음.

한국어 텍스트더빙있고, 일본어 텍스트가 한국어 텍스트동일하지만 일본어 더빙없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딱 이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 나머지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 지금의 카제나는 이런 상황이다.



한국어 텍스트와 더빙이 있고, 일본어 텍스트가 한국어 텍스트와 다른데, 일본어 더빙이 있음. 게다가 한국 유튜브 계정에 동일한 대사와 음성으로 외부 홍보가 진행됨.



즉, 정상적인 게임 개발자가 자사 게임을 생각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들이 가득하고, 정말 모든 요소가 수정할 수 없음을 외치는 상황에서 그딴 건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라는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할 수는 없다!


참... 게다가 거짓말도 경력이 좀 있고, 아는 게 많아야 칠 수 있는 건데... 어쩌면 한국 게이머들이 일본 버전까지 가서 보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거나... 근데 또 한국 계정에 그대로 올린 걸 보면... 애초에 그냥 현지화는 물론이고, 번역, 감수, 더빙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어떤 판단을 했든 상당히 똑똑하지 못한 판단이다.


3. 다른 발언에 대해서


저희가... 그... 국내외... 글로벌, 저희... 이슈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통일하고 로컬라이징 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참 웃긴 말이긴 하다. 사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과 홍보 내용을 봤을 때는 신부 수업이 캐릭터 성격에 더 맞는 대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라는 수정 대사가 캐릭터 성격에 안 맞는 대사인데... 확실하게 통일하겠다는 발언은 일본이 틀린 거니까, 일본을 수정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계속 게이머들이랑 기싸움하겠다는 말 같은데... 넌 틀렸다...


그리고... 일본이나 아니면 미국, 그리고 한국 모두 약간씩 그... 대본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각 로컬라이징 담당에서 어느 정도 좀... 그... 역량을 발휘하고, 어느 정도 좀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유일하게 맞는 말이다. 이 부분이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창조의 영역인데, 모든 언어가 100% 1대 1 대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당연하다. 오히려 100% 1대 1 대응으로 맞춰버리면 번역기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조금 다르게 작업하는 게 잘한 현지화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데, 이걸 왜 신부 수업 바꾼 것에 대한 변명 거리로 쓰는 건지... 1%의 진실과 99% 거짓이면 충분히 선동할 수 있다... 이런 건가?



이 부분들은 쓰읍... 어... 어느 정도 현재까지는 저희가 방, 방향을 어떻게 잡는다든지, 그런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최대한 빠르게 이 부분도 저희가... 그, 로컬라이징에 대한 어떤... 번역의... 차이? 같은 것들은 내부적으로 방향성을 잡고 공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건 지금의 논란을 오피셜로 종지부 찍어주는 것에 가깝다.


방향에 대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

=

'신부 수업'으로 통일해야 하는 건지, '가벼운 발걸음으로'로 통일해야 하는 건지, 사실 우리도 이쪽으로 통일하는 데에 근거가 없긴 한데... 일단 우리가 하는 대로 하긴 할 거야.


참 웃기는 일이다. 기존 스토리의 방향성조차 없는 상태에서 현지화하긴 뭘 하나? 제대로 스토리 내부 문제부터 정리하고, 현지화든 뭐든 하자... 이게 뭐냐, 이게...?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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