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글을 쓰는가

일기처럼 쓰고, 편지처럼 닿기를 소망하기에

by 봄비

나의 간략한 프로필.

올해, 50살이 된 여자. 아직 내가 50살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소박한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교사.

찐한 연애도 이별도 해볼만큼 해보고...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철없는 딸.

국문과로 진학하고자 했으나 국문과 나오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엄마 말씀에 영문과에 진학한 사람.

그러나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

영문과 출신이 영어 못한다고 할까봐 해외여행 안가는 비겁한 사람.

소질과 재능의 문제와 별개로, 그저 글쓰는 사람을 동경했기에 국문과로 진학하고 싶었던 사람.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라고 불러주니 마냥 좋은 사람.

글로 만나는 이 세상 속에서 다시 나를 찾고 싶어진 사람.


치열했던 사랑과 이별 후 20년 동안 세상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사람.

올해 갑자기 지난 시간들을 마주하라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 사람.

그래서 지난 여름, 용기내어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사람.

그놈의 여행 이후, 내 안에 바글바글 쉴새없이 자라나는 말들에 정신이 혼미해진 사람.

그래서 여름 잡초처럼 마구 자라나는 말들을 글로 덜어내려고 마음 먹은 사람.


너무나 개인적인 나의 감성을 담은 일방적인 글이 될까봐 움츠러드는 사람.

그래서 소심하게 '일기처럼' 이라는 단서를 달아 합리화하는 사람.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될까봐 또 발행을 누르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

그래서 또 소심하게 '편지처럼 닿다'라고 슬쩍 소망을 피력하는 사람.


데스노트도 무서운 나의 소망이 담긴 것.

일기 속 사랑 고백도 내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것.

결국 글이란 모두 어딘가 닿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인 것.

내가 쓰는 글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소망하며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


대략적 나의 프로필은 이정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