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찾아온 네잎클로버

혼자 쓰는 일기 2026. 1. 11.

by 봄비

백 년 만의 결심으로 책꽂이를 정리하고 침대 머리맡에 책들을 꽂아두었다. 환경을 바꿔주면 무언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겨울, 집 없는 사람은 어찌 사나. 어쭙잖은 연민을 느끼며 누웠다. 내 침대 속 온기에 안도하며. 내가 가진 이 안락함으로 못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핸드폰보다 책을 꺼내 들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시절에도 무언가 절박함은 있었는지 읽지도 않을 책들을 꾸역꾸역 사다 놓았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책 한 권을 펼쳤다.


무서울 만큼 겨울의 칼바람은 세차게 불고, 눈발도 미친 듯 헤매이는 이 밤, 좋아하는 노오란 전등 아래 책을 펼치니 오랜만에 내가 내가 된 신선한 느낌. 그 기분에 잠 한 장 한 장 책을 읽던 무렵, 한 페이지에 조그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뜬금없이 본문의 글 위에 무슨 그림이지?


도대체 언제 넣어 두었을까. 내가 넣은 것은 맞을까.

말라서 작아졌는지 원래 작았었는지 네잎클로버가 화석이 되어 붙어 있었다.


잔잔한 희망 한 조각. 무위의 시간들을 끝내보려는 나에게 날아든 파랑새 같았다.



우연히도 이 밤에 꺼내든 먼지 쌓인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 책, 누가 언제 넣어뒀는지도 알 수 없는 이 네잎클로버. 아마도 그 시절에도 나는 흩어가는 나의 시간들을 붙잡고 싶었나 보다.


눈발은 여전히 휘날린다.

그럼에도 이 밤, 그 클로버만큼이나 작지만 생기 어린 행복을 느낀다.


나 혼자 이리 따뜻해도 되는 걸까.


마음속에 봄날의 연둣빛 네잎클로버가 자라나는 느낌.

인생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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