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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승병 Apr 29. 2024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

2020년대 초등생 실패작 챌린지 유행 현상

몇 년 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실패작 챌린지’를 아시나요? 침대 위에 서서 머리를 감싸고 자신을 자책하다 별안간 뒤로 넘어지는 내용의 영상입니다. 특히 흑백의 배경에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붉은 글씨 등은 그로테스크함을 더욱 배가시키는데요. 마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연상케 합니다. 솔직히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만, 그보다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소재마저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수용되는 현실입니다. ‘유행’이라는 핑계로 말이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매체가 다변화되며,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닌 5인치 남짓의 좁은 세상에 자기 자신을 가두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중첩되는 유년기를 겪었습니다. TV에서 짱구를 보다가, 혹은 컴퓨터로 동물농장을 하다가도 친구나 누가 부르면 금세 바깥에 나가 함께 뛰놀곤 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성인들과 아동들이 누리는 문화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완숙하지 못한 아동기에 앞선 ‘실패작 챌린지’와 같은 자극적·비도덕적 요소의 영향을 받다 보면, 잘못된 가치관을 지닌 채 성인이 될 우려가 큽니다. 쉽게 말해 어른같이 행동하는 아동이, 나중에는 아동같이 행동하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성숙을 저해할 것 입니다. 대저 사람은 그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윤이 나는 법입니다.


뭐, 그렇다고 마냥 아이들의 탓만으로 돌릴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생리(生理)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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