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았던 시기

[2부] 나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했던 순간들

by 라키아 마케터

주변은 다 움직이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는건 아니었다.
분명히 버텨왔고,
하루를 건너뛰지 않고
계속 살아내고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그 시기에는
자기소개를 하기도 어려웠다.


설명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로 만들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한꺼번에 쌓여 있었다.


“요즘 뭐 해?”라는 질문 앞에서
항상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동안의 시간을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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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멈춰 있었던 게 아니라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었다.


앞으로 달릴 힘은 없었지만
뒤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두 발에 힘을 주고 서 있었던 시간들.

그건 '정지'라기보다는 버팀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성과도 없고, 이야깃거리도 없고,
설명하면 오히려 변명처럼 들릴까 봐
그냥 조용히 지나간다.


그래서 그 시기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된다.


지금 돌아보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움직이지 않았던 게 아니라
버티고 있었던 시간이,
결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가장 많이 힘을 주고 있는 시간들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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