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엄마 췌장암이래"
전화 속 목소리는 현실감이 없었다. 와이프의 목소리는 떨렸다. 며칠 전 장모님이 검사를 하셨었단 게 생각났다. 차창 밖이 노랗게 물들었다. "괜찮으실 거야" 한마디 간신히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평소라면 즐겁게 들었을 노래도 다 끄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와이프와 나는 둘이 노는 게 좋았다. 7년을 연애했고 2년의 결혼 생활, 그냥 둘이 살아도 너무 재밌지 않을까? 우리 둘 사이에 다른 게 없어도 좋지 않을까. 딩크가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둘이 이렇게 재밌는데 뭘, 늙어도 같이 손 붙잡고 해외여행 다니면 좋을 터였다. 쭈글쭈글한 손 맞잡고 바닷가 모래알을 밟으며 걸어도 좋을 것 같았다. 좋아, 우리 둘이 그냥 재밌게 살까? 그런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말에 난 괜찮다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냥 소화가 좀 안 되시는 거겠지, 그냥 췌장에 조그만 혹 정도겠지. 큰 병원 가면 아무 일 아닐 거야. 괜찮아, 요즘 많이들 괜찮아진대. 핸드폰에 대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며칠, 몇 주를 정신없이 보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몇 주였다.
그리고 우린 아이를 낳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혼자 있는 게 외로워서, 삶의 안정을 위한 이유들로. 그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유를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우리는 장모님이 아프신 상황이 되어서야 아이를 낳을 결심을 했다. 이 아이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하는 이유로, 어쩌면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이유로.
와이프만 있었어도 둘이 재미있는 삶을 살았겠지만, 슬픔 곁에는 가족이 있어야 했다. 슬픔이 행복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낳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