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책을 하나 읽었다. 시험관 임신과 같이 별도의 시술이 아닌, 자연 임신의 확률은 대략 30% 정도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확률이 낮다. 괜히 많은 사람들이 난임 센터에 가는 게 아니고, 그 많은 시험관 후기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임신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두 줄이다!"
그리고 현실은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었다. 와이프가 건넨 임신테스터기는 흐릿한 두 줄이 보였다. 머릿속으로 '응?'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기를 가지기로 했지만, 그게 지금 당장 이렇게 급박하게 이뤄지는 일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빠. 난 누군가에게 아빠라고 불릴 거라고 생각하고 아기를 가지기로 했던 건가.
그리고 이 순간 남편들에겐 가장 중요한 반응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있었다. 어떤 남편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 울어야 하나? 지금이 울 타이밍인가? 임신 테스터기를 건넨 와이프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리는 장면도 떠올랐다. 그래, 그럼 울면서 와이프를 안고 돌려야 하나? 지금이 그 타이밍인가?
그리고 사람은 살면서 보통 그럴 때가 있다. 주둥이가 뇌보다 빠르다, 혹은 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에서 말이 튀어나오는 때가 있단 걸, 말을 내뱉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아마도 뇌를 거치지 않은 말이었을 것이다.
"응? 거짓말. 그럴 리가 없는데?"
이미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뒤따른 해명을 해야 했다. 자연 임신의 확률부터 시작한 그것은 내 인생 전반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나 한평생 전자파와 함께 살아왔노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갖 전자파를 긁어모으며 살아왔기에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 운동이라곤 그 흔한 케겔운동도 안 하고 그저 숨쉬기에만 급급했노라. 내가 일하는 곳의 사람들도 다들 난임센터 간다더라. 등등등.
"그게 와이프가 임신했다는데 할 반응이니?"
"그건 아니지"
그래 그건 아니지. 내가 생각해도 이미 글러먹었다. 다음에 임신할 일이 있다면 그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릴 필요가 있었다. 어찌 되었든 상황은 벌어졌고 난 다시 대답을 해야 했다.
"아니 난 내 정자가 이리 강한 녀석들일 줄 몰랐지"
뒤늦게 두 손을 들고 흔들어 보았다.
"와아아~ 임신이다~"
늦었다. 임신 준비 두 달 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