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아들놈의 대화.
부모님에게 혼자 놀러 간 날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아버지가 커피를 타오셨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입을 열었다.
"그래 아기 생각은 있니?"
어머니는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부모님은 슬슬 손주를 보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큰아들이 결혼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이 되자 부모님은 애가 닳은 모양이었다. "세상에 딸 같은 며느리는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아들들 틈에서 시어머니 노릇을 하던 어머니는, 며느리에겐 차마 묻지 못하고 아들에게만 넌지시 물어본 것이었다. 난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했다.
와이프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딩크로 사는 삶'은 어떨까. 분명 둘이 살면 여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이 맞벌이를 하면 일 년에 한 번, 많으면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싶은 것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남들 눈치 안 보면서 꽤나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것은 다른 사람들이 할 질문들이었다.
"아이 생각 없으세요? 안 낳으신다고요? 왜요? 자기 새끼가 이쁜 건 낳아봐야 알아요"
이런 질문들을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건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될 게 뻔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잘 못된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부모님에게까지 설명하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난 와이프와 노는 게 제일 좋으니 아이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이야기의 주제는 아이는 빨리 낳을수록 좋다더라부터 시작하는 잔소리가 시작될게 불 보듯 뻔했다. 지금 당장 아이를 낳지 않으면 큰일 나는 사람들처럼 될 것이 뻔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생각을 달리 먹었다.
난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걸로 간다!
"내가 무정자증이래, 그러니까 운에 맡기셔"
씩 웃으며 말을 했다. 어머니는 당황한 듯 잠시 멈칫했다가 내 웃음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따라 웃었다.
"에라이 썩을 놈. 말 못 하게 하려고 하는 말 봐."
난 사람들에게 가끔 이때의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부모님과 아이 이야기로 다투는 친구에게 한 가지 덧붙여서 말했다.
"사람들은 '안'하는 것에 대해선 본인의 생각을 납득시키려고 하는데,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화를 회피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