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1
(논문에서 파생된 책이라서 그런지 정보는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책이었습니다..)
(지루한 고시 수험 과정에서) 생존 편향과 공정 세계의 신념은 자신이 자신에게 가하는 심리 통제, 즉 자기 암시 내지는 셀프 가스 라이팅이라고 할 수 있다. (5장 엘리트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120p)
한국의 고시제도 하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평범한 국민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냉소하는 엘리트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고시는 과소한 민주주의 교육이 과도한 능력주의 신화와 결합할 때 어떤 괴물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 거대한 사회 실험이었다. (121p)
책을 보는 내내 내가 가진 '괴물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대입 수험생활을 거치고, 흔히 언론고시라고 부르는 입사시험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되뇌면서 버텼던, 그 기간들이 만들어낸 '괴물성'이 인식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재계와 정계의 거물급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국민들을 무시하고, 유아독존으로 사는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정체성 (162p) 부분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 학생의 강의실 접근성 관련 사건을 다뤘습니다. 장애 학생을 비난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배려나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로 봤다는 부분에서 현재의 이준석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이슈가 연상됐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환대와 연대 같은 사회적 가치'는 능력주의의 맹렬한 기세에 너무나 오랜 기간 무너져 왔고, 지금 이 시점에도 무너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해결할 수는 있을까 우려하면서 결론 부분을 읽었는데, 정치적 해결로 설명됐습니다. 뻔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귀결될 수밖에 없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 이후 '몇 년간은 정치 효능감을 느낄 수는 없겠다' 단념하고 있던 차에 어느 정도의 자극이 되었습니다. 차기 정부가 동물 정부든 식물 정부든,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 무엇이든 변할 수 있겠구나... 능력주의로 시작했지만 기승전정치로 마무리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