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내 자리에서 내 책임을 다해 남에게) 민폐 끼치지 말자! 가 일할 때의 모토였지만, 요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남에게 기회를 더 주고, 어려운 일은 도움을 요청하고, 그 빚을 마음에 지니고 있다가 나도 기회 되면 열심히 돕자는 주의로.
바로 오늘도 민폐 한 건 했다. 어제저녁 자초한 일을 혼자 하기 버거워 오늘 아침 에라 모르겠다 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구원 등판을 요청받은 천사는 선뜻 와서 도와주었다. 물론 도와줄 이유가 하등 없는데 오로지 선의를 베푼 것이다. 눈앞에서도 고맙다 연신 표현했지만, 여운이 가시질 않아 일기장에 또 적는다. 도움을 주신 분이 이 글을 좀 읽었으면 좋겠구마는.
남에게 미루지 않겠다고 움켜쥐고 고집스레 밤샘을 하던 숱한 밤들이 스쳐간다. 그날들의 발버둥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하는데 조금은 기여했겠지만, 이제는 일단 그렇게 일하다간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이 악물고 일하다간 주위에 일 많이 한 티를 흘리게 되어 있다. 위아래 좌우로 인정욕구 발사하느라 엄청 불편한 분위기 조성하기 십상이다. 그게 더 민폐다.
이제 선진국에 노동자답게 우공이산이니, 하면 된다느니 이런 가치관들과 진정, 마침내 헤어져야지. Z세대가 꼰대들에게 요구하는 자질이기도 하다. 어떻게 일을 쉽게, 덜 할지 고민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이다. 안되는 거 억지로 우기지 말고, 안될 일 될 일 분별없이 최선을 다하지 말고, 벌리기 전에 끝을 생각해 보고. 참, 받은 도움은 반드시 품앗이해서 갚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