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전북대병원을 찾았다. 월요일 아침 채혈실은 늘 북적인다. 이번엔 CT는 아니고 피검사만 한다. 혈당 지적 받을까봐 괜시리 평소에 안하던 스쿼트를 피뽑기 직전 50개나 했다. 왼쪽 오른쪽 어느 팔을 내밀지 고민이 된다. 번호표 뽑는 순간부터 오른쪽 팔을 걷고 있었으면서 앉아선 왼팔을 내민다. 따끔하다더니 정말 오늘은 따끔하다.
피를 뽑아주고 나니 얼마나 된다고 정신이 혼미하다. 마침 찾아온 감기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는데, 긴장이 풀리면서 약기운이 이제사 퍼지나보다. 주섬주섬 가져온 간식과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나선다. 건지산 숲속 도서관이 호젓하다. 공기가 맑고 산소가 가득하다. 주중 이틀은 산속에서 보내야 한다며 아내와 다시금 결의를 다진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 시골에 거처를 마련하자.
저 쪽의자에 앉아 다음 진료를 기다리다 궁금을 참지 못하고 간호사님께 슬쩍 여쭌다. CA 19-9 수치가 어떤가요? 9.** 입니다. 안심이다. 진료실에 들어서니 전북대 병원 최고미녀 전소연 교수님께서 환하게 웃으신다. 혈액검사 결과가 100점이라고. 외래 역사상 최단시간 속성진료였다. 다음 CT와 본스캔을 예약하며 6월에도 선방할 것을 다짐해본다.
늘어가는 체중계 눈금을 의식하면서 간식을 눈 앞에 두고 먹을지 말지 숱한 시간 번민에 휩싸였던 나의 뇌에게 미안하다. 그 싸움에 번번히 싸움에 졌음에도 훌륭하게 방어해 준 내 몸에게는 깊이 감사드린다. 몸이 나를 이고지고 살 게 아니라 내가 몸을 잘 모시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