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를 쓰려고 블로그를 열다 저장된 글감들을 본다. 50개쯤 된다. 쓰다 말고 지우지 못한 것들이 많다 보니. 거슬러거슬러 가보니 심지어 작년 이맘때쯤 쓰려다 만 글이 있어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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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하는 책, 온라인 콘텐츠들을 우르르 몰려가서 듣는 이 사회의 분위기가 나는 무섭다. 수위권이 아닌 나머지는 중박도 못하고 쪽박만 차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가 너무 박하다고 느껴서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다양성의 실종이다.
관심이 좀 퍼졌으면 좋겠다. 넓게. 그래서 좀 특이한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무리를 찾아 일군의 세력을 조그맣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패배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비관하기 쉬운 세상에서 서로 비슷한 존재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무척 든든한 일이니까. 나는 그런 것을 생산해 내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런 우물을 파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반응하고 응원하는 사람은 되고 싶다.
1등만 쳐다보는 사회는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사회의 반대말이다. 유튜브나 블로그 세상이 주류 매체에 소개될 수 없는 그런 사소한 취향들을 위해 장을 열어주지 않았냐고, 그래서 시선이 독점되지 않고 미디어의 민주화가 꽃피우고 있지 않냐고 볼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생태계는 타인의 시선을 어떻게든 잡아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에 가깝다. 생산자는 그 시선과 조회 수에 길들여져 점점 그 수요가 밀집한 지점으로 수렴해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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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는 내가 보기에도 점점 재미없고 뻔한 말을 하는 것 같아 접어놓았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아재의 품격 있는 취향 생활을 찾기 위해 애썼던 시기인 것 같다. 그 시기의 고뇌 덕에 지금은 대략 독서라는 진지에 똬리를 틀었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러다 우연히 이 우울했던 생각을 뒤집게 해주는 분을 최근에 봤다.
이동섭 작가님. 본업은 작가이고 인문학 강연자이지만, 유튜브 <삼청반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배는 나보다 약간 위인 것 같지만 대략 시대가 겹친다. 함께 나오는 게스트 남실장님도 대략 내 또래라 짐작된다. 문학, 음악, 먹거리, 영화 등등 다루는 주제마다 익숙한 걸 보니.
뭐랄까. 남자들의 취향을 공유하면서도 한끝 다르게 깊고 섬세하다. 엄청 광고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은 안 유명하다. 같은 생각이신 분들만 초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