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점심에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장미가 유난스러웠다. 마침 권여선의 책을 덮고 나오는 길이라 선명한 색이 불쑥 쳐들어오는 기분이다.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법칙이 도통 먹히질 않는 것 같은 치병의 길 한가운데 있다 보면 기분이란 참 통제가 잘 되질 않고 제멋대로인데, 꽃의 색깔에 공격받는 기분일 때도 있더라. 마침 카페에서 한참 떠들던 분이 비슷하게 장미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바람에 사진 찍는 타이밍마저도 공격받는 기분이었다.
내 동선 앞에 흐드러져있던 장미. 장미는 죄가 없건만.
마침 아들이 책을 몇 권 사들고 왔다. 그중 아내가 골라 준 책방 고양이. 결말이 노출되면 맥빠질까 염려되므로 간단히만 언급하자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전급 동화의 주인공들이 책 속에서 탈출해 섞여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야기다. 내 기분도 동화 속에 섞이고 나니 중화가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많이들 하지 않는가. 드라마 보면서. 소설 보면서. 기존 이야기에 슬며시 끼어들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상상. 그래도 앞으로는 어디 끼려거든 슬며시 끼어들자 다짐해 본다. 알잘깔딱센.
이 녀석 고양이 손에 고양이 포즈를 하고선 읽어달라니, 세이펜 지원이 되질 않으므로 친히 육성으로 큼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