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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아빠 Jun 04. 2023

술없이 먹는 해장국

6/3 일기

안온한 주말 아침. 혁이는 어제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다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이 온 줄도, 아내가 다녀간 줄도 모르고 계속 잤다.

간만에 해가 중천이었다. 불금에 나를 술에 흠뻑 적셨다 일어난 어느 날처럼. 그땐 일어나자마자 두통약을 찾았지. 마음에 쌓인 화를 술에 녹여 떠내려 보내려고 마셨는데, 소변으로 내려가진 않고 늘 머리로 다시 올라가더라. 애초에 술없이 두통약만 먹었으면 어땠을까.

요즘의 용매는 술 대신 책이다. 불면의 밤이 찾아오면 찾는 것도 같고, 외로운 불혹의 밤 유일한 벗이 되어주는 것도 같다. 쌓여있던 시름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녹아내린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숙취가 없다는 점. 그래서 간에 좋다는 점.

그리고 술에 취하든 소설에 취하든 다음 날 점심에 먹는 해장국은 변함없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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