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다니시느라 고생 반 재미 반이시죠? 신중년사관학교라니. 신중년은 좋은데 사관은 좀 그러네요. 전쟁 중인 나라에 태어나 젊은 날 전체를 군대 생활처럼 보내며 고생하셨는데. 그래도 멋지세요.
어르신들께서 그렇게 교복을 입고 싶어 하셨다죠? 왜 아니겠어요. 남들이 교복 입고 재잘대며 학교로 향할 때 일터에서 몇 번이고 하늘을 보셨겠어요. 고향마저 떠나 정도 없는 각박한 도시에서. 무심하다 섭섭해한 것 늘 죄송해요. 그게 저였다면, 마음이라 부를만한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분노와 원망만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제 마음껏 입어보세요. 잘 어울리세요.
그렇게 학생의 마음 접어 품고 계시다가 IMF를 즈음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던 아버지. 아픈 눈 달래가며 검정고시 거쳐 아들과 한날한시 수능까지 치러내셨지요. 철없이 밖에서 한참을 보내다 돌아와보니 정작 당신의 답안지는 제쳐두시고 아들 답안지를 채점하고 계셨던 모습. 그런 것들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젠 눈 아프게 책 보진 마시고 꽃 보셔요. 그것도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 보셔요.
식물들도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꽃은 보지도 못하고 열매부터 계속 주렁주렁 내셔야 했던 어머니 아버지. 아니, 갈라진 바닥에 물만 계속 부어야 했던 가난했던 어머니 아버지. 이제 그 위에 피어난 꽃들 많이 보시고 누리세요.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 전화로 드리지 못한 속마음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