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종영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끝났다. 보통 심야까지 이어지기에 그간 재방송을 주로 시청했는데, 마지막 회만큼은 본방을 보고 싶었다. 보고 바로 자야지 싶었는데, 틀렸다. 가슴이 아직 진정이 안 되는 탓이다. 즐겁게 러브라인의 완성을 지켜보다가 마지막에 국가대표 ost가 흘러나오는 동안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다. 혼자 보고 있었기에 눈치 보지 않고 펑펑 울었다.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는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딱 내 또래, 99학번. 그들은 병원이란 세계에서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그 또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 그랬고. 처음엔 그 탓에 몰입했나 싶었다. 또래 의사들의 일과 사랑, 때로는 어린이처럼 티격태격하는 우정은 보기 좋았고, 부러웠다.
한편 그 치열하면서도 보람된 삶의 무대에서 가장 꽃피울 때 잠시 하차한 내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그게 서러워서 눈물이 흘렀을까? 조금은 그런 것 같다. 눈물의 약 20%는 한창 뛰다 중단된 나의 레이스에 대한 회한이 담겨 그 맛이 좀 썼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서사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환자와 그 가족. 갑자기 불어닥친 불행에 환자들은 고통받고 좌절하고 때론 직면이 두려워 도망가거나 자포자기해 버리기도 한다. 가족은 그 몫까지 안고 치열하게 투쟁한다. 경제적 이유로 고뇌하고, 옆 환자의 기쁜 소식에 함께 기뻐하면서도 남겨진 자신은 구석에서 홀로 흐느낀다. 아픈 부모를 위해 기꺼이 장기이식을 결심하기도.
물론 카메라는 그런 가족만 비추진 않았다. 장기간 투병하는 아내를 돌봐야 할 남편이 되려 구타하는 광경이랄지, 병원의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내 가족부터 무조건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도 함께 비춘다. 다만, 그게 마냥 선악의 구도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저 현실일 뿐이고, 겉으로 보이는 진상과 그 속내 사이의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눈물의 나머지 80%는 아마도 그런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 탓인 것 같다. 밀어닥친 불행 앞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의료진도 고뇌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 역시 고뇌한다. 그리고 그 선택 후의 기나긴 여정도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몫이다.
매 회마다 밀려오는 사연들에 압도되면서도 그걸 그냥 꾹꾹 눌러 담아놨던 것 같다. 오열하는 보호자들의 열연을 보며 짐짓 '연기 잘하시네, 메소드야' 하며 웃어 넘기려 애쓰기도 했지. 그런데 오늘 에피소드에선 그 눌린 감정이 툭 터지고 말았다. 사고로 뇌 기능이 손상되어 말과 행동이 자유롭지 않은 딸의 재활을 도우며 그 짜증까지 받아내야 했던 어머니. 퇴원을 앞두고 딸에게 사준 핸드폰으로부터 온 떠듬떠듬 문자.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화장실에 숨어 그 문자를 부여잡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 깊은 영역을 재현해내신 연기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연기자들도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 깊이 들어가 진심을 담아 함께 허우적거렸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리라.
드라마는 끝났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현실은 매일 발생하고 이어진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아마도 그 세계를 잘 모를 것이다. 나도 초보라 장기간 그 여정을 걸어오신 분들 앞에서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건 감히 알겠다. 던져진 불행에 맞서 손잡고 하루하루 견뎌내는 그 숭고함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는 걸. 그 억척스러움이 우리를 인간이라 부르는 이유란 걸.
(2021.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