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지 못했다. 어젯밤부터 묘하게 쑤시던 옆구리 통증이 거세졌다. 숨을 쉬려면 통증이 밀려와 잠도 설쳤다. 그래도.... 하며 집 밖으로 나섰다가 '오늘도 병가' 전화를 하며 다시 돌아왔다. 뭐, 아직 2월이니 여유 있잖아?
가만히 앉아 얼마 전 목사님께 선물 받은 현미 찜질팩을 옆구리에 끼고 다시 한숨 잤다. 일어나도 아프다. 요즘 힙하다는 Chat-GPT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 반말로.
어머, 친구야. CT는 어제 찍었단다. CT 찍고 조영제 뺀다고 물을 잔뜩 마신 후에 집에 돌아오다가 급박해진 소변을 한동안 참다가 아프기 시작했거든. 아, 내가 잘못 물어봤구나. 허리로 하자. 허리가 아파.
척추암이라니 괘씸한 것. 말 함부로 하지 마 인마. 그래, 말 나온 김에 그럼 좀 물어보자. 나의 콜랑지오카시노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니? 정보를 좀 더 줄 테니 5년 생존율 얘기 좀 해봐.
ㅇ20~30%라고. 알았어. 그만하자. 잘 모르시는구먼. 근데 재미있네? 마침 뉴스 보던 중이니 그럼 너 이거 말 좀 해봐. 이제 우리 헌법이 정한 권력 선출 방식이 대한민국을 운영하기에 버거운 거 같더라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주까리기름 바른 듯 미끄덩하게 교과서적인 대답에 하나마나 한 외교적인 멘트 넣어가면서 잘 빠져나가는구먼. 아이고 뒤얐다.
결국 오늘 출근도, 합창 연습도, 필라테스도 하지 못하고 집에 앉아만 있었다. 혹시나 싶어 비뇨기과 가서 요로결석 아니냐고 묻고 초음파를 찍는데, 어제 CT 찍었다 하니 혀를 찬다. 요로결석이면 어제 돌이 보였겠네요. CT로도 안 보이는데 초음파로는..... 진통제나 일단 드셔보세요.
AI도 전문의의 지식도, 초음파와 CT도 나를 구하지 못하는구나. 한숨 자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